[게임산업 2020 총결산-종합] 코로나19 여파에 피해와 수혜 혼재 … 엔씨 ‧ 넥슨 등 시장가치 급상승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올해는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한해가 됐다. 전 세계가 현재 진행형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가운데 앞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가늠이 안 되는 시기를 살고 있기 때문에서다.

코로나19는 한국에서의 감염 확산을 비롯, 전 세계적 유행에 따른 팬데믹 선언 등 날이 갈수록 충격을 더하게 됐다. 이에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의 생활도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변화가 양면적이면서도 복잡한 형태로 다가왔다. 급작스러운 재택근무 전환에 따른 난항, 행사 취소나 무관중 e스포츠 대회 등으로 인한 피해를 겪기도 했으나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남는 시간을 게임에 사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언택트 시대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시대의 흐름 속 유난히 많은 변곡점들이 나타나면서 게임업계는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그만큼의 고민 역시 깊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21대 국회 총선을 거쳐 정치권 입법 및 의정 활동에 새로운 기점을 맞이하게 됐다. 정부도 언택트 시대 게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게임산업진흥법’ 전부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4년여 만에 국산 게임에 대한 중국 판호가 발급된 것도 업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막힌 대중국 수출길이 열릴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있지만 일회성에 예외적인 사례로 남거나 이후에도 여전히 불합리한 경쟁 구도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게임법 개정 ‧ 규제 개선 조짐
올해는 제도권에서 게임산업진흥법의 전면 개정 및 중장기적 진흥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게임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법안 명칭이 ‘진흥’에서 ‘사업’으로 변경되는 등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부정적 시선을 줄 수 있는 중독, 도박 등의 언어들이 모두 삭제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게임 문화 측면에서도 인식 제고 및 e스포츠 저변 확대 등의 방안이 관심을 끌었다.

정부가 게임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 정비를 추진하는 분위기와 맞물려 규제 개선 사례도 나타났다. 특히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스포츠 승부 예측 게임으로의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후 기존 웹보드게임 업체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베팅 게임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게 됐다. 넵튠은 나부스튜디오와 스포츠 베팅 게임 공동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에 착수했으며 엠게임도 해당 시장 도전을 타진해왔다는 것.

이후 NHN의 개발 자회사인 NHN빅풋이 ‘한게임 승부예측’을 출시했다. ‘한게임 승부예측’에서는 축구, 야구, 농구 등 대중적 스포츠 외에도 50개 이상 종목에 대한 스포츠 베팅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잼팟이 ‘원조이 스포’ 서비스에 돌입했으며 LCC도 ‘스팟 365’를 론칭하는 등 스포츠 베팅 게임이 잇따라 등장했다.

올해는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 자동진행장치(속칭 오락실 똑딱이)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 업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정부는 자동진행이 게임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고 과도한 금액 투입을 유도해 결과적으로 불법 환전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아케이드게임업계 입장에선 이미 규제로 인해 산업이 침체된 가운데 게임 편의성까지 제약을 두면서 수요 감소를 초래해 악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전체이용가 아케이드 게임 경품 기준 상한선을 10여년 만에 두 배로 인상하는 등 일부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2007년부터 유지된 경품의 지급기준을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또 다양한 경품 제공을 통한 만족도 향상을 위해 청소년게임제공업의 전체이용가 게임물에서 지급할 수 있는 경품 종류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생활용품류를 경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음식물 등 사용기한 및 유효기간이 있는 물품이나, 선정성‧사행성‧폭력성을 일으킬 수 있는 물품 등은 제외했다.

'세븐나이츠2'
'세븐나이츠2'

# IP 기반 게임 강세 여전
올해 게임업계는 여전히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주목할 작품들이 등장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펄어비스는 스팀 등을 통해 ‘섀도우 아레나’를 사전 출시(얼리 액세스)해 이목을 끌었다.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 로얄 장르에 기존 FPS와 달리 RPG 요소를 강화시킨 작품으로 시장 개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라이엇게임즈가 카드 배틀 게임 ‘레전드 오브 룬테라’를 선보인데 이어 FPS ‘발로란트’를 출시한 것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 가장 성공한 온라인게임 중 하나이자 한국에서의 PC방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서비스 중인 업체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혹평을 면치 못했다. 반면 액티비전 측에서의 배틀로얄 모드 ‘콜 오브 듀티: 워존’이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 콜드 워’를 선보이며 블록버스터 게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선 국산 게임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님블뉴런의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은 스팀 기준 최고동시접속자 5만명을 기록했으며 PC방 점유율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인기 상승세를 보이며 주목을 받게 됐다.

또 카카오게임즈가 선보인 ‘엘리온’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모처럼 대작 MMORPG의 등장으로 그간의 갈증을 해소하게 됐다는 평이다.

'엘리온'
'엘리온'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전까지의 흐름과 유사한 양상이 펼쳐졌으나 캐주얼 레이싱, 스포츠 등의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MMORPG 위주에서의 탈피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잇따른 대작 공세와 맞물려 앞서 흔들림 없이 선두를 지켜온 인기작들의 경쟁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도 업계의 이목을 끌게 됐다.

앞서 선두권을 지켜온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쌍벽이 흔들리면서 선두권의 순위 싸움 열기는 더욱 고조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1위 자리는 여전히 ‘리니지’ 시리즈가 놓치지 않고 유지하면서 시장에서의 인기를 과시해왔다.

올해 역시 연초부터 넷마블의 ‘A3: 스틸얼라이브’를 비롯해 ‘스톤에이지 월드’ ‘블레스 모바일’ 테라 히어로‘ ’라그나로크 택틱스‘ ’뮤 아크엔젤‘ 등 온라인게임 IP 기반 신작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이후 RPG뿐만 아니라 한빛소프트의 ‘퍼즐 오디션’,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넷마블의 ‘마구마구 2020 모바일’, 조이시티의 ‘크로스파이어: 워존’ 등 퍼즐, 레이싱, 스포츠, 전략 등 다양한 장르에서의 IP 활용 사례가 등장했다. 이 외에도 ‘리그오브레전드’의 모바일 버전 ‘와일드 리프트’의 출시도 화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하반기에도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웹젠의 ‘R2M’ 등 온라인게임 기반의 MMORPG 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연말에는 위메이드의 ‘미르4’까지 등장하며 신작 경쟁을 열기를 더해갔다.

올해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2’와 같이 모바일게임의 IP를 이어가는 사례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애니팡4’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 ‘슈퍼 액션 히어로 리턴즈’ 등이 출시돼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호요가 선보인 PC 및 콘솔을 아우르는 멀티 플랫폼 게임 ‘원신’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PC 및 콘솔로 유저가 분산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론칭 직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선두권에 진입하며 흥행세를 보였다. 또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손가락에 꼽히는 성과를 거두게 되면서 중국 게임에 대한 위기감을 논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과 모바일뿐만 아니라 올해는 플레이스테이션(PS)5와 X박스 시리즈X‧S의 발매로 인한 콘솔 게임의 관심이 고조되는 한해가 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첫 콘솔 게임 ‘퓨저’를 출시했고 넷마블이 ‘세븐나이츠’ IP 기반의 닌텐도 스위치 전용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를 발매하는 등 한국 업체들의 콘솔 게임 도전 사례가 화제가 됐다.

특히 라인게임즈가 PS4 및 PS비타,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선보인 ‘베리드 스타즈’는 품귀 현상이 심화될 정도로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인디 업체인 키위웍스가 유료 모바일게임 ‘마녀의 샘’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새롭게 제작한 ‘마녀의 샘3 리:파인’을 발매하기도 했다.

'지스타 2020' 현장 전경.
'지스타 2020' 현장 전경.

# e스포츠 ‧지스타 온택트 개최
e스포츠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대회 연기 및 무관중 전환 등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게 됐다. 그러나 2022년 항저우 아시아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을 더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년 만에 한국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값진 성과를 거둬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부활한 ‘월드사이버게임(WCG)’가 올해는 온라인이 결합된 온택트 방식으로 치러지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넥슨이 서울 서초구 소재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넥슨아레나 운영을 중단하고 새로운 e스포츠 사업 전개를 예고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프랜차이즈가 추진돼 농심, 한국야쿠르트 등의 새로운 기업들이 합류했다는 것도 이목을 끌었다. ‘카나비’ 사태 이후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e스포츠 표준 계약서를 마련했다는 점도 회자되고 있다.

e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전시 행사를 대표하는 ‘지스타’ 역시 올해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온택트 형식으로 치러진 가운데 나흘 간 85만 665명의 고유시청자가 방문했고 조회수 144만 793회, 시청시간 861만 2665분 등을 기록했다. 처음 시도하는 방식인 만큼 아쉬움을 남긴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는 평이다.

올해는 게임업계가 언택트 시대의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시장에서의 가치평가 역시 크게 달라지게 됐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한때 100만원대에 육박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현대차, LG생활건강, 삼성물산, 현대모비스, SK 등 쟁쟁한 타 산업계 업체들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게임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하기도 했다는 것.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선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 열기 역시 이 같은 게임업계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일반 투자자 대상의 청약 경쟁률이 1524.85대 1로, 청약 증거금은 58조 5543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이는 SK바이오팜의 최대 증거금 기록(30조 9899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게임업계를 향한 투자열기가 사회적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에 대한 시장 가치 역시 업계의 이목을 끌게 됐다. 앞서 5월 시총 20조원 규모를 돌파한데 이어 12월에는 30조원대를 넘어선 것이다.

넥슨은 10월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요지수 중 하나인 닛케이225에 편입됐으며 이후 시총 3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도쿄증권거래소 1부의 50위권에 진입했다. 이는 과거 일제의 대표로 여겨져 온 올림푸스, 파나소닉, 캐논 등을 넘어선 수치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
'BTS 유니버스 스토리'

이 외에도 올해 게임업계에서는 미래의 변화를 가늠해 볼만한 신호가 다수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가 경기도 안양에 게임 마이스터고를 개교하며 미래 인재 양성의 기초를 다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 게임 외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늘려가는 업체들의 행보도 화제가 됐다. 넥슨은 조단위의 자금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자회사 클렙을 설립해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활용한 K팝 플랫폼 ‘유니버스’의 론칭을 예고했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BTS)와의 협업을 이어가며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출시했다.

반면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게임업체 수퍼브를 인수한데 이어 모바일 리듬 게임 ‘리듬 하이브’ 출시를 예고하며 이 같은 게임과 엔터 업계 간의 교집합이 늘어나는 한해가 됐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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