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콘텐츠 어워드라는 한계 뚜렷…게임인의 축제마당으로 승화돼야

올해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영예는 넷게임즈의 화제작 ‘V4’에 돌아갔다. 수상작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최측이 작품성보다는 상품성을 더 높게 산 것이 아니냐는, 상을 차지하게 되면 항시 따라붙기 마련인 흠집을 드러내곤 하지만, 올 한해 이 만큼 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은 없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올해로 25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한해를 마감하면서 갖는 국내 유일의 권위 있는 ‘게임 어워드’ 라는 점에서 업계 뿐 아니라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 온 시상식이다. 특히 한 해 최고의 게임을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때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하지만 크고 작은 말들의 향연에 반해 상의 권위에 상처를 입힐 만큼의 사건, 사고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만큼 상의 연륜이 쌓이고 있다는 뜻일게다.

필자의 얘기를 잠시 하겠다. 국내 게임산업은 짧게는 20여년, 길게는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초창기 시장은 대부분 일본산 아케이드 게임 제품을 조립, 공급하거나 모방해 만든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개인용 PC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PC 패키지 게임시장이 꽃을 피웠고, 이후 온라인 게임 수요가 급증했다. 이렇게 되자 온라인게임 개발업체들의 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 졌고 새로운 게임은 하루가 멀다 할 만큼 시중에 쏟아져 나왔다. 산업은 신명이 났고, 시장은 춤을 췄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고약하게도 긍정적인 면은 드러내지 않고 사행과 중독, 폭력 등 게임의 태생적 문제점만 집어들며 흔들어 댔다. 대중문화의 새 장르이면서 고부가 사업이며 지식산업의 보고이자 청정아이템이란 게임의 잇점은 눈꼽 만큼도 헤아려 주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게임인들은 고개를 숙여야 했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가히 대한민국 수출산업의 역군임에도 죄인이 된 듯 암행만을 거듭했다.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려놓을 수 있을까. 그렇게 장고하다가 무엇보다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높여 주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섰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그들을 하나의 동아리로 묶어주는 일이 필요했다. 정부 요로를 찾아 다니며 이같은 문제점을 풀기 위한 솔루션을 얘기했고, 과제 해결을 위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제정이었다.

그렇게 해서 20여년의 성상을 쌓게 된 것이다. 이 자리를 통해 필자의 제안에 한번도 의문점을 제기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 준 박 현태 전 전자신문 부회장, 유 진룡 전 문화부 장관, 김 용삼 전 문화부 차관, 그리고 같이 함께 작업을 진행 해 준 임 태주 전 스포츠 조선기자 등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때아니게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발전적 방안을 놓고 혼자 고민에 빠져든 것이다.

현재 시행중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콘텐츠 중심의 경연이다. 그렇다 보니 정작 산업위상 제고 및 게임계를 위해 헌신한 게임인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게임 개발 및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는 있지만, 게임산업계를 위해 씨를 뿌리고 이바지한 이들에 대한 역사적 가치 등 상응한 예우는 하지 못해 왔다. 이를테면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자는 있으나, 이들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평가해 주는 나라의 '훈장'은 없는 것이다.

지난 달 28일 경희대학교 강당에서는 정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거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중가요 가수, 탤런트, 성우, 코메디언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 가수 윤항기, 탤런트 변희봉, 고두심이 은관 문화훈장을, 코메디언 임하룡, 성우 송도순, 드라마 작가 송지나가 각각 보관 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시상식 자리는 다르지만, 문학과 미술, 음악, 연극, 무용, 국악, 공예, 심지어 만화, 인쇄 출판 분야에도 이같은 훈포상 제도를 마련, 산업인을 격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게임 장르에만 이같은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게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명예는 문화부 장관 명의로 주어지는 공로상이 전부일 뿐이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인데, 그같은 원인과 배경은 의외로 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 병관 전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개정, 발의하기도 한 대중문화예술진흥법에 게임이 대중문화 장르의 범위에 명시되지 않고 있다는 게 결정적 이유였다.

특히 김 전의원이 개정 발의할 당시, 문화부는 아주 석연찮은 이유로 대중문화예술진흥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게임인들이 예술인 복지법을 적용받게 돼 법체계상 혼란을 빚을 수 있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문화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예술인 복지법은 불과 7년전에 제정된 법률에다, 게임장르를 예술인 범주에 넣는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예술인 복지법 법률안에는 예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일정 자격과 기준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21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지만, 통과 여부를 사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전과는 다소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국회 내 흐르는 보수적인 기류가 적지 않아 속단키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은 더 이상 변방의 장르가 아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전략적으로 게임을 육성시키고 있다. 더욱이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장 힘을 발휘하고 있는 대중 장르는 게임이라고 일컬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제도권의 조직적인 따돌림이자 심술일 뿐이다.

서훈의 높고 낮음은 잘 모르겠다. 김 영만 e스포츠협회장, 우 종식 전 게임산업개발원장, 방 준혁 넷마블 의장,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김 정주 NXC 대표, 김 범수 카카오 의장, 송 병준 게임빌 사장, 박 관호 위메이드 의장 등은 모두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1세대들이다. 이들은 척박한 게임 산야를 옥토로 바꾼 산업 역군들이다. 이들에게 공훈 내용은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문화 산업적 관점에서 이들이 제대로 평가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명실공한  '콘텐츠+ 게임인'의 마당으로 승화되었으면 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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