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그의 엄명은 바로 법이자 금기사항…그의 시혜적 조치 없으면 게임 한류 없다

중국의 한 모바일 게임업체가 한복 유례 논란으로 게임서비스를 중지한 채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 회사는 게임을 통해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며 한복을 소개했는데, 중국의 일부 유저들이 한복의 유례를 들먹이며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된 것이다. 즉, 중국의 민족을 형성하고 있는 조선족의 의상이 한복이기 때문에 그 한복은 다름아닌 중국 의상이라는 주장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자 이 회사는 무엇이 두려웠는지 슬그머니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다. 

중국은 지금 때 아니게 이처럼 내셔널니즘 광풍에 휩싸여 있다. 시진핑 체제 이후 이같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전 후진타오 주석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당의 목소리, 시진핑 기조를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이면에는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 트럼프와의 힘의 대결이란 각을 세우고 있는 시진핑 체제의 불가피성을 무시할 순 없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시진핑의 정치적 야심이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목소리와 조금만이라도 빗겨가게 되면 이를 간과하지 않고 가차없는 징벌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 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얼마전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범민주 대표의원 4인에 대해 의원직 박탈을 논의 중에 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전인대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들이 의회 지연전략 가운데 하나인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를 무모하게 전개함으로써, 의회 질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하지만 실질적인 배경은 이들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 제정 촉구 등 반 시진핑 지지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현지 분위기는 이들이 입법회에서 쫒겨날 게 확실하다는 반응이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친 중국계 의원들이 밀어 붙이기 식으로 이들의 제명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가의 시계에서 시진핑에게 가시가 되는 일은 그 어떤 경우에도 발생해선 안된다는 당의 엄명이 내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입법회 퇴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과 당을 의식한 중국 당국의 강력한 조치는 조야는 물론, 경제 문화계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만큼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경제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인 알리바바의 마윈이 중국 금융 당국의 잇다른 규제책에 대해 맘먹고 쏟아낸 발언이 괘씸죄가 되어 돌아온 최근의 사건은 대표적이다. 그는 몇주 전 한 공식 석상에서 중국 당국의 지나친 보수적 경제 기조를 낱낱이 지적했다가 곧 이어 상장될 앤트그룹에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끼얹고 말았다. 앤트 그룹에 대한 상장 추진은 커녕, 상장 자체가 없었던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마윈의 이같은 시진핑 정책 비판으로 자신 뿐 아니라 앤트그룹의 미래까지도 어둡게 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윈과 달리 아예 칩거 상태에 있는 인물은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이후 거의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지 중국 게임계에선 마화텅이 가장 몸조짐하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국의 조치에 특별한 이의를 달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칩거 등으로 아예 선제적 방어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당국의 한류 게임의 압박조치에도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게임으로 가장 재미를 본 중국 기업이 다름아닌 텐센트다. 겨우 채팅사이트에 불과했던 텐센트가 세계 3대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한국게임 덕분이었다. 그가 중국으로 가져다가 성공하지 않은 게임은 별로 없다. 한국에선 실패했지만 중국에선 대성공을 거둔 ‘크로스파이어’를 비롯해 지금도 중국에선 최고의 인기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던전 앤 파이터’ 등은 텐센트의 대표 한류 게임이다.

그런 그가 마윈과 다르게 자세를 크게 낮추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올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소개될 한국 모바일게임은 줄잡아 10여 타이틀에 가깝다. 그것도 대부분 대작이다.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배틀그라운드’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 작품도 중국 출시를 위한 ‘판호’를 얻어내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한마디 할 법도 할 텐데, 그는 일체의 언급이 없다. 게임계에서는 이들 작품이 중국 현지에서 소개되지 못해 잃은 손실에 대해 대략 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텐센트의 마화텅에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한국 게임업체엔 치명적이자 안타까움의 연속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판호 허가 문제에 대해 중국 당국은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에서 뭐라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중국 게임업체와 당국의 시선은 오로지 당의 주석인 시진핑의 동향과 지시에만 꽂혀 있다. 따라서 그가 입을 열기 이전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을 게 분명하다. 시진핑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다자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무역 장벽을 허물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아랫 사람들에겐 일체의 융통성을 부여치 않고 원칙만 고수 하고 있다. 자신에게 고개 숙인 자에게만 시혜를 베풀겠다는 식이다.

그런 그의 엉뚱한 원칙이 시대에 아주 어긋난 민족주의를 낳고, 다자무역의 장점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판호’ 허용 여부도 그런 측면에서 시진핑이 방한해 은전과 같은 시혜를 베풀기 전엔 이뤄지지 않을 게 거의 확실하다 하겠다. 이를 놓고 우리 외교부와 문화부에 대해  뭐라 하는데, 중국 당국 조차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마당에 뭘 어찌 할 수 있겠나. 게임은 지금 뒤에서 멀리 떨어져 지켜보고 있는 그 한 사람 때문에 모든 게 멈춰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침체의 터널이자 지옥이다.

[더게임스데일리 모인 뉴스 1 에디터 /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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