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법칙] 최근 정치권의 러브콜 쇄도…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더 바람직

게임의 본질은 놀이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민속학자인 요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를 통해 인간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도입된 용어인 직립형 인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와 사유형 인간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은 본질적으로 유희를 추구하는 동물이며, 그 것(놀이)이 인간문명의 원동력이 됐다고 주장했다. , 정치, 사회, 문화, 철학의 기원이 모두 놀이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그는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유희적 인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인류와 문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놀이와 문화를 크게 구분해 놓았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을 들여 다 보면 그 것들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는 놀이문화이자 대중문화의 중심이다. 게임, 영화 음악 무용 출판 등이 그 주류다. 이중 게임은 법적인 장치의 미흡에도 불구하고 대중문화의 한 지류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핫한 장르로 꼽히고 있다.

특히 다른 여타 장르가 제도권의 주도아래 만들어지고 꽃을 피워 왔다면, 게임은 올곧이 게임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일궈져 왔다는 점에서 타 장르의 그 것과는 조금 남 다르다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배타적이며 보수적 성향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새로운 길을 열고 스스로 산업을 만들어 왔다는 자긍심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 대한 경제, 사회적 가치와 비중이 확대되면서 게임계의 역할과 순환구조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예컨대 게임계만 쾌재를 부르고, 게임인끼리만 자족하는 구조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을 통해 게임 산업화를 꾀한지 20여년의 성상을 쌓은 시점이다. 그렇다면 게임계의 체질 또한 바꿀 때도 됐다고 생각한다. 제도권 속으로 더 깊숙히 스며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제도권의 반응은 한마디로 부정적이다. 최근 들어선 시민단체보다 정치권에서 더 야단이다. 시민단체에선 예전과 다르게 게임계에 대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는 반면,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고 냉랭한 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게임계 인물 평가가 게임의 그 것과는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같은 반응 때문인지 정치권에선 여야 구분없이 게임인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 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주 엔씨소프트를 전격적으로 방문, 김 택진 사장을 만났다. 여야를 불문하고 당 대표가 게임업체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단순히 산업체 격려 차원이라며 방문 의미를 축소해 발표했다이날 김 위원장은 엔씨소프트 방문 후 가진 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 재방문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마도 김 택진 사장의 입당 제의가 기대와는 다르게 틀어진 게 아니냐는 게 정가 안팎의 관측이다.

김 사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 민주당에서도 적극적인 영입 제의가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기업경영에만 전념하겠다며 일언지하 거절했다.

20대 총선 때엔 게임계 인사들의 몸값이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당수 관계자들이 각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으며, 이중 김 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문용식 전 아프리카 대표, 김 기만 전 게임물 등급 위원장 등이 민주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김 택진 사장 외에도 최근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 영만 한국 e스포츠협회장 겸 전 한빛소프트 회장, 장 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카카오게임즈의 남궁 훈 대표, 펄어비스의 정 경인 대표, 이 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정치에 뜻이 없다거나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일의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게임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무엇보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대면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산업적 가치 뿐 아니라 미래 시장을 내다보는 안목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인사들보다 더 빼어나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지혜만 빌리려 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 의해 만들어진 첨단 미래 법안 가운데 변변하게 현업에서 역할을 한 법안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다. 되레 엉뚱한 처방전이 나와 골머리를 썪기도 했다. 최근 구글 수수료 인하를 위한 국회의 법제화 논란은 대표적인 사례다.

또 게임계 인사가 여의도에 진출했다 손 쳐도 선수(選數)를 일정부문 쌓지 못하면 그 역할 또한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결국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데, 그렇다면 누가 정치권에 입문하겠는가.

산업은 산업인이, 정치는 정치꾼이 맡아 하는 게 딱 맞는 것 같다. 문제는 기웃거리거나 훈수를 둬 보겠다며 나서는 일이다. 이같은 일들이 잦아지면 산업과 시장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 채 갈지자로 휘어지거나 망가지게 돼 있다. 특히 게임계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그 현상이 아주 두드러 진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그 뜻은 그 모습 그대로 그냥 그렇게 봐 달라는 뜻일 게다. 여러 가지 놀이를 각각 계량화해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낸 것이 게임이다. 거기에는 개입이 있어서도 안되고, 힘의 역학 구도에 의해 흔들려서도 곤란하다. 길이 있다면 그 것은 딱 한 가지가 있다. 그냥 내 버려 두는 것이다. 인류문화는 그렇게 해서 발전하고 발달해 왔다.

같은 놀이에서 비롯됐지만 정치와 게임은 아주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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