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이 미래다 (7) 거실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모바일 시대 전환에 ‘탈 플랫폼’ 가속화 … 클라우드 · AI 음성인식 등 신기술과 게임 접목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TV가 거실을 차지한 게 당연한 시대를 살아왔다. 그러나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을 비롯, 삶의 방식이 다변화되면서 거실에서의 TV가 차지한 위치도 점차 달라지는 추세다.

TV는 이제 고전적이거나 보수적인 이미지의 미디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반면 IP TV나 스마트TV 등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면서 이를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모바일의 경험을 TV로 확장하거나 공유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TV와 모바일 등 플랫폼 간의 경계를 허무는 경험이 일상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시대의 흐름 속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의 미래 역시 지금과는 점차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방식 역시 완전히 새로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V는 거실에서의 중심처럼 자리 잡아왔다. 앞서 TV가 최신의 미디어이자 엔터테인먼트로 소비되는 시절은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쉽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팽배한 것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뉴스와 드라마 등에 밀려 게임은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각각의 생활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가족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역할로도 거실에서의 TV는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왔다. 때문에 TV의 주도권이 곧 콘텐츠 소비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것.

플레이스테이션2
플레이스테이션2

#DVD 플레이어로 콘솔 주목
지금까지도 거실에서의 TV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90년대 대기업 현대가 ‘패미컴’을 유통하면서 화제가 됐고 유행을 타며 거실 엔터테인먼트로서의 게임이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뒤로 비디오 게임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새로운 콘솔들이 등장했으나 한동안 국내에서의 저변 확대는 한계를 겪게 됐다는 평이다. 유통 과정에서의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한 것을 비롯, 타이틀 보급 측면에서의 부실함이 맞물리며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PC와 인터넷의 결합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게임에 대한 수요는 새로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거실보다는 점차 개인의 공간에서의 경험으로 굳어지고 거실과는 분리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디오 게임 콘솔보다 PC의 보급이 우선시되면서 이 같은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됐다. PC온라인게임이 급격히 성장한 반면 콘솔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콘솔 게임 시장 매출은 52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점유율 3.7%에 불과하다.

전체 시장에서의 비중이 적긴 하지만 콘솔은 꾸준히 거실에서의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특히 기록 매체의 변화와 맞물려 콘솔이 주목을 받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PS)2를 비롯, X박스의 발매는 CD-ROM에서 DVD로의 전환과 맞물려 거실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계기가 됐다. 새로운 매체 DVD를 감상할 수 있는 플레이어면서도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기기라는 점에서 보다 폭넓은 소비자층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후 PS3와 X박스360 역시 마찬가지로 DVD를 넘어 블루레이 매체를 지원하며 시대의 전환에 나섰다. 당시 콘솔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종합 엔터테인먼트에 무게를 두고 시장 공략에 나서왔으나 DVD 시절과는 다소 온도차를 보이며 평이 엇갈리는 편이었다.

특히 모션 센서를 통한 동작 인식 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닌텐도 위(Wii)가 돌풍을 불러일으키면서 피트니스 및 댄스 등을 즐기는 수요가 크게 늘게 됐다. 경쟁 플랫폼인 PS3와 X박스360 역시 PS무브 및 키넥트 등을 통해 동작 인식 플레이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왔다는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MZ세대는 TV 외면
콘솔은 디스플레이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겪게 됐다. HD 해상도 방송과 맞물려 거실에 자리 잡은 TV의 모습 역시 달라져왔기 때문에서다.

이 같은 고화질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거실 엔터테인먼트의 하나로 콘솔 게임이 존재감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또 FHD 이후 4K UHD 디스플레이로의 보급이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콘솔 게임 시장은 또 한번의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PS5 및 X박스 시리즈X·S 등 차세대 콘솔 기기가 발매되기 때문에서다.

차세대 콘솔은 지금의 4K보다 확장된 해상도인 8K를 지원하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를 통해 거실 엔터테인먼트로의 콘솔 게임이 앞으로도 주목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거실에서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차지하게 되는 것도 과거의 모습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족 공동체의 구성을 비롯, 삶의 방식, 생활 패턴, 가치관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거실에서의 엔터테인먼트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으로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역시 가속화되는 추세로 진단되고 있다. 개인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는 게 일상이 되면서 점차 거실에서 공간을 공유하는 경험도 줄어들게 된다는 평이다.

이미 모바일을 통한 유튜브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콘텐츠 소비의 전통적인 트렌드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모바일 시대에서 성장한 MZ세대에서는 이 같은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의 생활은 더욱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TV를 사용하지 않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 기존 주거공간에서의 공식처럼 사용된 TV 중심의 거실 구성이 아닌 각 개인별 취향과 요구에 맞춰 얼마든지 달라지게 된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기존 거실 엔터테인먼트에서의 디스플레이 역시 이 같은 새로운 소비 패턴에 대응해왔다는 것. 디지털 방송에 따른 인터넷과의 연결 IP TV와 스마트TV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은 계속돼왔다.

거실에서의 TV를 통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유튜브를 비롯, 스트리밍 영상 등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게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유튜브 등의 영상 콘텐츠뿐만 아니라 TV 환경을 고려한 게임도 출시돼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또 한편으론 모바일 기기의 사용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확장하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의 화면을 TV로 출력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 PC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점차 다각화되고 있다. 특히 PC 및 콘솔 게임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는 추세다.

카카오VX의 '스마트홈트'
카카오VX의 '스마트홈트'

#홈트레이닝과 함께하는 게임

클라우드 게임은 모바일뿐만 아니라 IP TV로도 확대되고 있다. 콘솔 기기 없이 바로 거실에서의 TV로 고사양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기존 거실 엔터테인먼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IP TV가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접목이 활발하다는 것에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음성을 인식하는 AI 오디오와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는 중이다.

TV 기능에 대한 조작뿐만 아니라 AI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활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생활 정보나 통화 및 메시지, 음악 등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음성 인식 기반 AI의 사용이 점차 일상화되면서 거실 엔터테인먼트에서의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AI와 IoT 등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기술들인 만큼 앞으로의 가능성도 높다는 평이다. 이와 맞물려 새로운 생활 습관이 게임으로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변화의 단면을 제시한 업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앞서 ‘리니지M’의 비전 중 하나로 목소리를 통해 게임을 조작하고 진행하는 ‘보이스 커맨더’를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보이스 커맨더는 캐릭터가 공격받거나 위험 상황에 처하면 AI 음성으로 안내되는 방식이다. 또 유저 역시 이에 대해 목소리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것.

전통적인 거실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는 홈시어터의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이었다면, 모바일 시대 이후에는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 공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플랫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추세를 비춰보면, 앞으로는 일상생활 틈틈이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예상되고 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에서의 요리를 할 때에도 음성 인식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모습 등을 그려볼만 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경제 활성화로 인해 홈트레이닝 등 거실에서의 생활이 증가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 역시 게임과 접점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모션 인식 게임이 돌풍을 불러일으킨 것뿐만 아니라 최근 ‘링 피트 어드벤처’가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론 TV 시청이 아닌 거실에서의 다양한 활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게임을 함께하는 일상이 예상되고 있다. 피트니스 중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시청하듯, 게임을 즐기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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