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이 미래다 (6) e스포츠, 미래의 올림픽
종주국 위상은 옛말, 위기감 고조 … 선수 역량 ‧ 인프라 등 투자 격차 심각

지난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현장 전경.
지난해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현장 전경.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과 더불어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 게임 강국의 위상을 드높이게 됐다. 세계대회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한국의 이름을 널리 알려왔다.

그러나 지금에서는 이 같은 영광도 과거의 옛말이 됐다는 평도 적지 않다. 여전히 우리 선수들이 세계최고로서 인정을 받고 있으나, e스포츠 산업의 규모나 발전 속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이를 극복할 방책 모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시대 전환 가속화가 e스포츠의 성장세를 증폭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e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계속되면서 올림픽과 같이 전 세계가 집중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늘날 스포츠는 국력의 하나로 비춰지기도 한다.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조성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서다.

e스포츠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경제 규모 등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게 됐다는 평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국가 경제력 수준에서의 격차에서 오는 거대한 흐름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다.

e스포츠가 태동하는 시기는 이전까지는 없었던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게 됐으며 경제력의 논리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우리 선수들의 개개인이 활약할 여지가 컸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 같은 최고의 자리가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인구 규모를 비롯해 시장에 투입되는 자본력의 격차를 원인으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언택트 시대 e스포츠도 급성장
e스포츠의 성장세와 미래 가능성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의 규모를 추월하고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수익은 11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첫 1조원 단위의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도 4억 9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달에 1회 이상 e스포츠를 시청하는 코어 시청자층도 2억 2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e스포츠 시청자는 연평균 10.4% 증가세를 보이며 2023년까지 6억 4600만명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 역시 연평균 14.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5억 567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더불어 모바일과 함께 성장한 Z세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e스포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면서 e스포츠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선 Z세대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게임 방송이나 e스포츠를 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또 이 같은 성향 및 패턴이 점차 확대되면서 e스포츠의 영향력 역시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게임에 대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추세다. 이와 맞물려 e스포츠 역시 비대면 환경에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e스포츠는 경기장이 아닌 온라인 환경에서 선수들이 각각의 장소에서 대회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서다. 또 이를 시청하는 수요까지 뒷받침됨에 따라 앞으로의 성장 추이가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공연과 더불어 스포츠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거나 무관중으로 열리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e스포츠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평이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정식 종목 승격이 추진됐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정식 종목 승격이 추진됐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급성장 중국에 왕좌 내줘
지난해 트위치, 유튜브, 믹서 등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e스포츠 종목은 ‘리그오브레전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LoL’은 3억 4880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기록했고 그 뒤로 ‘카운트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가 2억 1500 시간, ‘도타2’ 1억 9890만 시간, ‘오버워치’ 1억 990만 시간, ‘하스스톤’ 3700만 시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LoL’은 국내에서의 리그 역시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하루 평균 약 463만명의 순 시청자가 지켜보는 e스포츠 리그다. 하루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 82만명이다.

이 가운데 약 62%가 해외 시청자라는 것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리그가 글로벌 콘텐츠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기록을 써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한빛 스타즈와 SK텔레콤 T1의 ‘프로리그’ 전기리그 결승에는 10만명의 관중이 몰린 것은 역사의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게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천대받는 처지로 부정적인 편견이 깊이 뿌리내린 시기라는 점에서 이 같은 인기는 더욱 이례적이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통해 e스포츠 및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10여년이 흘러 2014년 한국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열린 것도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전 세계 누적 시청자는 2억 8800만명을 달성했고 누적 시청 시간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억 7900만 시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의 순간 최고 시청자는 112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2018년 또 다시 한국 인천에서 개최된 ‘롤드컵’은 변곡점과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 결승전 순 시청자 9960만명에 달하는 대형 이벤트를 치러낸 것은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앞서 2013년부터 5년 간 매년 우승을 차지해 온 한국팀이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운 성적에 그쳐 충격을 가져다 줬기 때문에서다. 이로 인해 e스포츠 산업이나 시장 규모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으나 다른 국가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8년 인빅터스게이밍에 이어 지난해 펀플러스피닉스까지 2년 연속 ‘롤드컵’ 우승팀이 중국이라는 것도 흐름의 변화를 방증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중국의 게임산업과 더불어 e스포츠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왔으며 이 같은 성장 가속도의 차이가 점차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뉴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e스포츠 수익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3억 851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 2억 5280만 달러, 유럽 2억 12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의 우위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열린 '서머너즈 워 월드 챔피언십' 현장 전경.
지난해 열린 '서머너즈 워 월드 챔피언십' 현장 전경.

#인프라 및 정책 지원 서둘러야
중국은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고 아낌없는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KOTR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국가체육총국은 e스포츠를 ‘국가정식체육종목’으로 선정하고 공식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해왔다. 이미 수년전 전문고등학교에 ‘e스포츠와 관리’ 전업교육을 도입했으며 전국적으로 e스포츠 시설을 추진해왔다.

또 충칭, 안후이, 장쑤, 저장 등 지역에 e스포츠타운을 건설해 e스포츠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도 했다. 특히 항저우 e스포츠 타운의 경우 90억 위안(한화 약 1조 5452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1000개의 e스포츠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1만명 이상의 인재를 도입, 3A급 관광구로 건설해 연간 관광객 200만명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달라진 위상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또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을 추진해왔다는 것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조건들이 맞물려 중국의 e스포츠의 영향력이 더욱 거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다.

우리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 및 육성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제1회 한·중·일 e스포츠 대회’와 e스포츠 상설 경기장 설립 등을 밝혔다.

경기도에서도 ‘e스포츠 및 게임산업 4대 전략’을 발표하고 2023년 완공 예정인 성남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외에 시군 공모를 통해 전용 경기장 2곳을 더 구축키로 했다. 성남의 e스포츠 경기장은 분당구 삼평동 일원 6959㎡에 지하1층, 지상3층 규모로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선수단실, 방송시설 등을 갖춰 조성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부산, 대전, 광주 등 지역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건립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인프라 측면뿐만 아니라 올해는 e스포츠 표준계약서가 도입되는 등 내실을 다지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e스포츠에 대비할 준비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모바일게임을 통한 e스포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며 가상현실(VR)을 통한 새로운 환경까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 비교적 짧은 선수 생활 이후의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더불어 선수뿐만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의 인력들을 육성하는 토양 조성에 대한 것도 갈 길이 멀다는 평이다.

더 나아가 전통 스포츠가 전 세계적 인류를 아우르는 빅이벤트를 개최하며 발전해왔듯이 e스포츠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할을 비롯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절차 등에 대해서도 늦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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