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산업이 사양길에 섰다는 데 동의 못해…육성책 아닌 차선책 마련이라도 해야

아케이드 게임은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장르라는 평을 들어 왔다. 어느 곳을 가든지 아케이드 게임을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 변천에 따라 그 같은 장점도 모바일게임이란 장르에 넘겨주고 말았지만, 친구, 동료들과 함께 간단하게 익사이팅한 재미를 만끽하기에는 이만한 게임은 없다. 

아케이이드 게임은 또 게임 장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연원을 17세기 초로 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971년 너팅 어소시에이트에서 선보인 ‘컴퓨터 스페이스’를 아케이드 게임의 시초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게임 방식의 독특함으로 인해 흥행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무대에서 사라지고 만다.

아케이드 게임의 대중화를 꾀한 작품은 미국 게임업체 아타리에서 개발한 ‘퐁’이란 게임이다. 음식점, 선술집에 설치된 이 게임은 단순한 작동과 전자 음향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퐁’ 게임만 할 수 있는 전문 게임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이즈음에 출시된 ‘스페이스 인베이더’ ‘갤럭시안’ 등이 대 히트를 기록하면서 전문 게임장은 새로운 문화기지로 떠올랐다.

오늘날의 ‘아케이드 게임장’의 모습은 이렇게 탄생했다. 어찌 보면 가장 성인과 가까운 장르로 태어난 것이 아케이드 게임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케이드 게임이란 형태를 갖추기 이전부터 있어 왔던 기계식 게임부터 동전을 넣어야 게임이 작동했으므로, 성인들이 아니면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게임 장르임엔 확실하다.

아케이드 게임의 대중화를 실현한 것은 다름아닌 일본 게임업체들이었다. 그들은 음식점이나 선술집용이 아닌 아예 전문 게임장용 게임을 개발해 톡톡한 재미를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아케이드 게임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의 등장으로 더욱 풍요로워졌고, 시장 규모는 급격히 팽창했다.

전 세계 아케이드게임은 비디오(콘솔)게임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모바일 게임이 바짝 뒤쫒고 있는 형국이나 온라인게임에 비해서는 확실한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주와 남미에서는 아케이드게임 수요가 꾸준하고,  중국에서는 특화 장르라고 불릴 만큼 아케이드 게임의  인기가 좋다.

그런데 유독, 한국 게임시장에서만 아케이드게임 장르가 맥을 못추고 있다. 새로운 기기와 또다른 장르를 찾아 나서는 한국 유저들의 성향 탓도 그 것이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아케이드게임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여파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독특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데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아케이드 게임하면 사행’이란 단어의 동의어로 읽혀질 만큼 대못질을 함으로써 스스로 이를 극복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버렸다.

2006년 여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산업을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에서 뒷짐 수준이 아닌 벼랑 끝으로 밀어 붙이기 수준이라고 한다면 정말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오죽하면 아케이드게임 장르 만큼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겠는가. 정책 입안자들이 무엇인가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사실상 붕괴됐다. 지붕은 이미 날아갔고 서까래까지 흐느적 거린다고 보면 맞다. 그러다가 들보마저 바람에 흔들리게 되면 더 이상 기댈 언덕도 사라질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끊어질 듯한 생명 줄을 쥐고 있으려 하는 것은 아케이드 게임 장르가 그냥 버려질 산업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게임은 사행과 아주 무관할 수 없다. 아케이드 게임은 태생적으로 성인들을 위한 장르이고, 성인들을 위한 놀이문화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왔다. 일본게임업체들의 기막힌 상술에 의해 범용 장르로 발전해 왔지만, 그 게임의 원천은 성인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인용에다 아주 미미한 것들이 포함돼 있다 해서 그 장르에 대해 불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자 시대에 뒤떨어진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언필칭, 아케이드게임 산업은 사양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초창기 아케이드 게임장엔 여성들의 출입이 제한됐다. 남성들 위주의 '놀이터'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밝고 화려한 분위기로 업장의 모습을 바꾸고, 여성들 선호의 게임들이 집중 출시되면서 아케이드게임장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게임장의 명칭도 ‘전자오락실’이 아닌 ‘어뮤즈먼트 파크’라는 식으로 새롭게 달았다. 이는 지난 1970년대 시절의 이야기다.

이같은 시도와 노력은 지금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오로지 아케이드게임은, 전자오락실은 나쁘다는 식이다.

버리긴 쉬어도 주워 담긴 어려운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사양사업이라는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 더욱이 아케이드 게임 장르는 우리에게 유효한 측면이 적지 않다. 수출시장에서의 가능성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장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오프라인 성인 장르의 보고이기도 한 곳이 다름아닌 아케이드 게임산업이기도 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 버려진 유배의 땅이라며  할퀴고 끌어내리지 못해 안달이다. 정부가 못마땅하다 하니까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그 산하기관에서는 알아서 옥 죄는 식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과연 사라질까. 정부의 선진 정책이란 것은 음성적인 일에 대해서도 열려 있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데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그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만큼의 우려의 수위는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육성책까지는 몰라도 말살로 이어지는 정책 입안은 거둬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젠 성인들에게도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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