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첫 성공기업의 의미있는 발걸음이 블록체인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 할 것

광풍처럼 몰아쳤던 암호화폐의 긴 터널을 지나 블록체인이 비로소 미래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산업 초기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투기과정을 벗어나 본격적인 기술개발경쟁 국면으로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만 열려 있을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블록체인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뚜렷한 실적을 동반한 성공 기업이 나와야 한다. 가능성만으로 버텨내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본격화와 비대면 비즈니스가 급부상하는 이 시점을 계기로 블록체인 산업을 현실화 할 때가 됐다.

어떤 산업이던 초기 혼란은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

초기에 출범한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대부분 암호화폐 붐에 편승한 코인 비즈니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ICO를 통해 수백억 원씩 자금을 모으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암호화폐 거품이 꺼지면서 소리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자금관리가 안되거나, 내부분열이 생기거나, 또는 현금화 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해 제대로 발걸음도 떼어보지 못하고 주저앉은 프로젝트가 대부분이다.

코인 비즈니스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일은 아니지만, 부실한 사업계획과 실행능력이 동반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코인을 팔아 한 몫 챙기자는 목적이 더 강했다. 새드 엔딩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정부의 고사작전은 단지 이들이 주저앉는 시간을 앞당겼을 뿐이다. 장미 빛 희망을 갖고 뛰어들었던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

암호화폐 붐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 벌어졌던 IT 버블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이렇듯 험난한 역정을 거치며 쌓은 내공도 한 몫 했다 할 것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의 거품이 꺼진 이후, 코인 비즈니스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하는 기술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은 산업화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바로미터의 증거다. 비로소 혹독한 성장통의 한 고비를 넘겼다는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하나 둘씩 괜찮은 기술 기업이 등장하고, 비즈니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낸다면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어떤 기업이 주목 받고 있나?

최근 '코인플러그'와 '미디움' 등 2개의 블록체인 기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을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성공기업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필자가 코인플러그를 처음 알았던 때는 2014년쯤의 일이다. 창업한 지 1년여의 스타트업이었지만, 해외 투자를 몇 십 억씩 받는 전도유망한 기업이었다. 처음 미팅을 하던 날도 미국 투자회사와의 투자합의서 서명 문제로 약속시간보다 한참 지난 후 만났던 기억이 있다.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이 생소하던 그 시절, 어준선 대표는 여러 채널을 통해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알리는데 주력했으며, 비트코인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ATM 기기를 보급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물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꾸준히 했다. 우리나라 블록체인의 역사에서 코인플러그의 역할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코인플러그가 초창기 암호화폐 거래소에 집중했다면 대형 거래소 못지않은 성공을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매달리던 사이 암호화폐 광풍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고, 뒤늦게 출범시킨 거래소 사업은 정부의 고사작전으로 인해 쓴맛을 보고 말았다.

이제는 온전히 블록체인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해 금융, 인증, 콘텐츠 유통관리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매출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특허 등록 및 출원 갯수도 300여 개에 달하는 등 세계 선두권 기업이다.

최근에는 DID 솔루션 개발을 위한 연합을 결성해 '마이키핀'이라는 독자 DID 솔루션을 부산 블록체인 체험 앱에 적용하기도 했다. 기반 기술인 DID를 활용한 응용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면서 무인숍 관리 솔루션과 '더폴'이라는 여론조사 솔루션을 출시하는 등 DID를 코인플러그의 킬러 솔루션으로 키우고 있다. 베트남에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베트남 3개 통신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기업이 특별한 매출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코인플러그는 작년 70억 원에서 올해에는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매출 신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준선 대표 특유의 성실함과 뚝심으로 이루어낸 결과다.

확장성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호환, 보안, 속도 등 확장성이다. 이중에서 속도 문제는 여전히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용자가 적어 속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소규모 서비스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비즈니스 플랫폼에서는 현재의 블록체인 속도로는 적용키 어렵다. 이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기업이 미디움이다.

"속도를 높이자!"

미디움은 처음부터 목표가 명확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초당처리속도(TPS)가 6~7에 불과하고, 초기 이더리움은 23~26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속도를 많이 개선했다고 하는 EOS도 3,000 정도의 TPS를 기록하고 있으나 노드를 16개로 제한하고 있다. 3,000 TPS 정도의 성능으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적용하기엔 무리다.

최근에는 성능을 개선한 1만 TPS급의 솔루션들이 선보이면서 퍼블릭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검증된 솔루션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1만 TPS 역시 퍼블릭 시장에 접목하기엔 다소 애매한 속도다.

미디움은 소프트웨어만으로는 성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병목구간마다 자체 설계한 연산 칩을 접목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리고는 2년여의 개발 끝에 최근 3만 TPS급의 엔터프라이즈 전용 블록체인 서버 'MDL 3.0'을 출시했다. 하드웨어로 블록체인 전용 서버를 만든 것은 미디움이 최초다.

우리나라 수도권 지하철이 피크타임을 포함해 2만2,000 정도의 TPS, BC카드가 2만4,000 정도의 TPS를 필요로 한다고 보면 3만 TPS면 웬만한 시스템은 모두 수용 가능한 수준이다. 연내 5만 TPS급 제품을 출시하고, 향후 10만 TPS급의 컨소시엄 플랫폼과 BaaS(Blockchain as a Service) 형태의 클라우드 서비스도 오픈할 계획이라고 미디움 측은 밝히고 있다.

이 회사의 김판종 대표는 창업 후 지금까지 개인 자산을 포함해 160억 원 이상의 개발자금을 투입했다. 두둑한 배짱과 능력이 대단하다. 미디움을 만들기 전 이미 IT 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블록체인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고 한다.

미디움은 퍼블릭시장을 위한 MDL 시리즈 개발과 함께 금융권 등 프라이빗 솔루션 구축을 최근 시작했다. 프라이빗 환경 구축을 통한 노하우를 MDL 시리즈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향후 신뢰성을 갖춘 메인넷 구축에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금융권과도 미디움의 블록체인을 접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적을 쌓고 있다.

미디움의 MDL 시리즈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솔루션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사전포석을 병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꾀하고 있다. 중국 교육부의 학적기록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사업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정보화 추진센터와의 업무협약 체결 등은 짧은 업력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결과다. 기술에 대한 검증작업만 마친다면 미디움에 대한 시장 평가는 매우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특히 미국 블록체인 전문 펀드인 사슨펀드로부터 1천만 달러 규모의 1차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국내 코스닥 상장기업인 제넨바이오도 미디움의 신규 발행 전환사채 60억 원을 인수했다. 미디움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들이다.

섣부른 예측일 수 있겠지만 김 대표의 승부사적 경영 스타일과 사업 과정에서 보이는 중간 결과물들이 향후 미디움이 만들어낼 미래에 기대를 갖게 한다.

블로코, 메디블록, 아이콘루프 등 제법 이름이 알려진 블록체인 기업들의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또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도 블록체인을 미래 산업으로 보고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 노력은 새롭다 할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머지않아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솔직히 이들 기업이 꼭 성공하기 바란다. 그래야 관련업계는 물론, 블록체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블록체인 산업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시장이 형성되기 이전,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외롭기 마련이다. 산업 정착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과 무관심은 말 할 것도 없다.

이런 냉대와 무관심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체감 가능한 성공 사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잠재력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블록체인에 대한 세간의 불신은 사라지고, 무주공산격인 글로벌 블록체인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게 확실하다. 또 블록체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우왕좌왕 하고 있는 정부에 인식전환의 계기로 작용하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이들 블록체인 기업이 산업계에 큰 선물을 안겨줬으면 한다. 건투를 빈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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