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게임이 미래다 (3) 탈 플랫폼 시대
PC‧모바일 넘나드는 크로스 플레이 확대…시장 점유율 ‧ 수익배분 등도 변수

게임업계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발휘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이다.

과거 PC패키지를 비롯, 모뎀 기반 PC통신의 머드 게임을 거쳐 온라인게임을 통해 우리 게임산업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이 주류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앞으로는 어떤 플랫폼이 시장을 좌우하게 될지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미래 시대에는 어느 특정 플랫폼 하나가 주도하는 시대가 아닌 기술의 발전을 통해 플랫폼 간의 경계를 허물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오히려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유통 채널로서의 플랫폼 중심 시장 경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게임 업계는 온라인게임 시대를 맞아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지금까지도 게임 한류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20년전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기 이전의 PC게임은 플로피디스켓에서 CD-ROM 등 저장매체를 비롯한 기술과 맞물려 발전해왔다. 이 가운데 전화선을 통한 PC통신을 거쳐 ADSL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으로 온라인게임도 발전해왔다.

이후 온라인게임은 10여년 이상 인기를 끌며 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모바일게임이 급부상하며 주류 시장이 뒤바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온라인게임 태동기를 이끈 작품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재탄생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모바일 시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시장을 장악하기도 했다는 것.

엔씨소프트는 퍼플을 통해 PC와 모바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퍼플을 통해 PC와 모바일의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고 있다.

#시대전환 시행착오 불가피
PC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로 명맥을 이어간 것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 온라인게임의 시작에서 현재 모바일게임 시대의 20년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를 모바일로 재현한 ‘리니지M’이 2년 넘게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순위 선두권을 차지한데 이어 ‘리니지2M’까지 1위를 기록하며 수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주도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기존 온라인게임을 모바일 환경으로 재현하는 것에 시행착오를 거듭하기도 했다. 특히 대규모의 클라이언트 게임보다는 웹 기반 게임을 모바일로 재현하는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 및 환경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평도 적지 않았다. 원작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것은 물론 플레이 환경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서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모두 똑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랫폼 게임에 대한 도전 사례도 등장하게 됐다. 특히 2012년 당시 엔도어즈를 통해 선보인 ‘삼국지를 품다’가 이 같은 PC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동시 지원하는 게임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호평을 이끌어내기에는 아쉬움을 남겼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 뒤로 한동안 이 같은 도전 사례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게임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게임 채널링 서비스를 제공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입점 경쟁 과열 부작용도
PC와 모바일 간의 플랫폼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페이스북 기반의 ‘인스턴트 게임’ 및 ‘게임 룸’을 통한 해외 진출 사례도 업계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게임업체들은 이 같이 멀티 플랫폼 게임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각 플랫폼별 최적화된 시스템을 선보이는데 힘써오기도 했다. 이 같은 시도를 통해 게임업체들이 경험을 쌓아가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핀콘 역시 이 같은 페이스북 기반 멀티 플랫폼 게임 ‘엔젤스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15년 당시 주요 마켓으로부터 주목할 만한 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이 회사는 PC와 모바일뿐만 아니라 스마트TV 게임을 출시하며 도전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 같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을 개척하는 게임업체들도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초기 PC와 모바일 간 멀티 플랫폼보다는 모바일에 집중하는 사례가 주목을 받으며 성장세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기존 PC에서의 캐주얼 게임이 초기 모바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애니팡’ 등 3매치 퍼즐이 인기가 끌기 시작하며 이전까지 게임을 즐기지 않은 유저층이 유입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카카오톡’을 통해 게임을 연결하는 ‘카카오 게임하기’가 시장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모바일게임 성공 채널로 주목을 받으며 모바일 시장에서의 플랫폼 입점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초기 업체들의 쏠림 현상을 비롯, 플랫폼 수수료에 따른 수익분배 등에 대한 논쟁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모바일 시장 내에서도 플랫폼에 따른 시장 영향력이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는 것. ‘카카오 게임하기’의 성공 이후 라인이나 네이버 밴드 기반 게임 등 다양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똑같은 모바일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메신저 기반의 플랫폼에 따라 인기를 얻는 콘텐츠가 달라지기도 했다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의 권역이나 유저층 등 다양한 수요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플랫폼이 주목을 받아왔다.

모바일게임은 이 같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캐주얼 게임의 강세가 한동안 계속됐다. 이후 기존 PC게임의 재현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 새로운 판권(IP)의 등장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캐주얼에서 점차 심화된 장르인 RPG 및 액션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메신저 기반 플랫폼을 입점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플랫폼의 정책이나 수익분배 등을 고려해 게임업체들이 기존과는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됐다는 것. 앞으로도 게임업체들이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지는 이 같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스트리밍 등 신기술 주목
모바일게임의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존 PC와의 크로스 플레이 사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한 ‘리니지2M’은 PC와의 크로스 플레이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게이밍 플랫폼 ‘퍼플’을 선보이며 ‘리니지2M’을 비롯, 향후 출시할 라인업들의 크로스 플레이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 같이 주요 업체들이 PC와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플랫폼 간의 경계는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 게임을 통해 허물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을 통해 기기 및 성능 제약 없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PC 및 콘솔 게임을 모바일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SK텔레콤은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엔비디아와 LG유플러스가 ‘지포스 나우’에 협력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KT 역시 ‘5G 스트리밍 게임’의 상용화를 타진하는 등 이동통신업체들이 킬러콘텐츠로 가능성을 보고 있어 향후 저변 확대 여지가 크다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테스트 및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 상용화가 이뤄지면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5G 환경에 따른 진입장벽, 라인업에 대한 호불호 등이 저변 확대를 위한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이 새로운 기술 기반의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또 한편으론 기존 PC게임 시장에서는 OTT와 같이 다양한 콘텐츠를 아울러 제공하는 유통 채널 간의 경쟁이 계속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밸브의 스팀을 비롯, 에픽게임즈스토어가 유저들을 사로잡기 위한 공세를 이어가기 때문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콘텐츠 플랫폼 역시 정책 측면에서 게임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점유율 고착화 및 수익배분의 대안을 제시하며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시각이다.

뿐만 아니라 PC와 모바일을 비롯해 콘솔 간의 콘텐츠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계속됨에 따라 플랫폼 중심의 주도권 싸움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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