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업계는 고전의 부활을 외친 르네상스 시대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리니지’ 시리즈를 모바일로 재현한 시도가 잇따라 성공하며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에서다.

유난스럽게 말하자면, 게임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은 ‘천지개벽’의 수준이라 할 정도로 큰 격차이기도 하다. 르네상스를 외친 그리스·로마의 고전과 중세 만큼의 긴 시간은 아니겠지만 ‘수확 가속의 법칙’에 빗대는 기하급수적 기술발전 시대에서의 10년은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각각의 취향이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이 탄생하는 온라인게임 시장의 태동기를 우리 게임업계의 고전이라 여길만하다. 또 이 같은 온라인게임 시절의 감성을 새롭게 되살린 작품들이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전의 부활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국산 게임뿐만 아니라 외산 게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모바일로의 재현은 아니지만 지난해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초창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한 버전 ‘클래식’을 출시했고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약 15년 만에 출시된 ‘WOW: 클래식’은 접속 쏠림 현상으로 1만명에 육박하는 대기열이 발생하는 등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초기의 열기가 식으면서 ‘클래식’ 서비스 지속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는 유저도 없지 않지만, 현시대의 콘텐츠에서 찾을 수 없는 재미를 통해 화려하게 빛난 것은 분명하다.

최근 출시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도 클래식의 가치를 보여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일부 요소들이 원작보다 퇴화됐다는 것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완성도라는 평이 지배적인 편이다.

‘워크래프트3’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용자 창작 맵(유즈맵)’이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현재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최고 인기작 ‘리그오브레전드’나 ‘도타2’의 원류를 따라가다보면 ‘워크래프트3’ 유즈맵으로 이어질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의 등장은 이 같은 유저 창작 측면에서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도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혹평 분위기로 인해 유즈맵 인기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이번 ‘리포지드’로 인한 실망감은 클래식의 재현에 대한 반감을 사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게임업계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기도 하다.

클래식의 가치를 재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훗날 클래식이 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업체들 역시 온라인게임 판권(IP)을 활용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4차산업혁명이라 불릴 만큼 새로운 세태를 맞이하는 지금 시대에서는 명작의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내며 언젠가의 클래식으로 기억될 작품을 만들어 내는 우리 업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