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오락 및 교육용으로 적극 활용해야...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에도 기여

네덜란드 여행 중에 안나 프랑크 하우스를 투어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나의 집 벽에 걸려 있던 오래된 보드게임 앞에서 발 걸음이 멈췄다. 안나 가족이 1942년부터 약 2년 2개월간 나치정권을 피해 은둔생활을 하던 그 때에도 밀폐된 집안에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지냈었구나하는 생각에 왠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또한 절박한 순간에도 그들에게 위로를 주었던 보드게임이 새삼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필자 가족도 모이기만 하면 보드게임으로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고 있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하던 안나 가족에 대해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오늘날 거대한 산업을 이룬 게임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놀이문화 속에서 보드게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BC3000년에 고대 이집트에서도 ’세네트‘라는 보드게임을 즐겼고 한국에서도 조선시대에 고누, 저포, 쌍육놀이 등 전통적인 보드게임을 즐긴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어렸을 때 문방구에 가면 종이에 다양한 지도를 그린 보드게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책에 뱀사다리 종이말판을 연필로 그려서 주사위와 함께 즐기던 추억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보드게임은 보드게임 카페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 속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디지털 게임이 다양한 플랫폼의 형태로 거대한 시장을 이루기 훨씬 전부터 이미 보드게임이 오늘날의 게임산업을 열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최근에는 보드게임이 그 자체로서 산업화 되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게임제작 분야에 있어서도 기획력과 창의력 증진을 위해 보드게임 교육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보드게임은 게임의 매커니즘과 다이나믹스 등 게임의 문법을 담고 있으면서 교육적인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에 게임에 부정적인 부모들도 보드게임에 대해서 만큼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주는 편이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직접 면대면으로 마주하고 진행되는 게임 방식은 디지털 게임에서 구현 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성에서 발생되는 따뜻한 재미요소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게임업계가 어렵다고 하는 최근에도 보드게임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5년 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가 창립될 때만해도 국산 창작보드게임은 매우 드물었으나 현재는 국내 창작 보드게임이 수 백종에 이르고 있다. 협회 가입회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보드게임회사도 22여개에 달하며 소규모 유통과 개인 작가까지 포함하면 보드게임 종사자는 상당히 많은 숫자가 될 것이다. 협회의 주요 사업으로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보드게임 페스티벌과 보드게임 지도사 양성과정은 보드게임 산업 성장과 경력단절 여성과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세계 보드게임 시장에는 10만종의 보드게임이 유통 중이며 매년 약 3000종의 신규 보드게임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보드게임 시장은 더욱 성장할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어느 보드게임회사가 한국을 진출 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다. 유럽과 미국의 보드게임시장과는 달리 한국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을 하던 중에 ’보드게임‘이란 이름에 ’게임‘이라는 용어가 포함돼 있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판매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 보드게임 앞에 ’교육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서야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웃고픈 이야기가 있다. 실질적으로 보드게임에는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수리력, 창의력, 추리력, 기억력, 언어력, 인내력, 협상력, 공간인지력, 순발력, 치매예방, 경제관념 및 사회성 증진 등 수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보드게임의 교육적인 요소를 잘 알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교 수업 중에 보드게임을 활용하거나, 방과후 교실에서 보드게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 부산에서는 2년간 보드게임 학교 대항전에 전국 최초로 교육감 상을 시상한 적이 있었다. 앞으로 여러 지역에서 교육감상이 부활되고 더 나아가 교육부 장관 상도 주어 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울러 학생간, 학교간, 지역간 보드게임대항전도 전국대회로 확대되고, 보드게임으로 진행되는 경진 대회도 초중고생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 추진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드게임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치매예방 등 노인을 대상으로도 교육적인 요소가 차고 넘치는 제품이다.

보드게임은 그 자체 산업으로서도 가능성이 높으며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진흥할 필요가 있는 분야이다. 또한 경력 단절여성을 대상으로 보드게임 지도사 양성을 확대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부턴가 게임산업 내에 보드게임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보드게임의 활용을 증진시키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tedtgseo@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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