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은 20년간 효자산업을 이끌어온 산업역군…민관협의체 결정 신중해야

본 글의 제목을 결정하면서 당당해야 할 게임산업이 오히려 위축 되어 보이게 만들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지금까지 게임산업은 수출역군의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반면 바다이야기 사건, 게임 셧다운과 중독법 등의 계속된 사회적 논란 속에서 게임인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받았던 점도 사실이다.

어느 게임 행사의 축사에서 게임을 게임으로 부르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게임업계의 과거를 지적하면서 앞으로는 게임을 게임이라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어느 게임인의 씁쓸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또한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하시는 어느 분이 게임의 질병코드 논란이 불거지는 시점에 본인의 사업에서 게임이란 용어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우리 게임인들 중에 몇몇 사람에게 국한된 현상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우수인력의 게임산업으로 유입이 어려워지고 개발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받으며 콘텐츠의 생명인 창의성과 사업 의지에 손상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재미를 추구하는 인류의 본능적 욕구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ghem’이라는 게임의 어원이 '흥겹게 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은 흥겹게 뛰어 놀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어야 한다. 게임 몰입의 여러 가지 요인 중에 특히 재미가 게임의 핵심이며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진 게임에 이용자가 몰입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제작하면서 너무 재미있어서 이용자가 지나치게 몰입될까봐 조심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게임이겠는가? '게임이 재미 있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성립 되는가 말이다. 물론 이용자가 과몰입 되도록 만들기 위하여 지나치게 선정적, 폭력적, 사행적인 요소 등을 남용하는 것은 당연히 자제 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많은 논란 끝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와 관련된 사안은 이미 가결됐고 이제는 각 국가의 수용여부를 위한 결정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은 국무조정실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게임질병코드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이용장애 문제는 WHO 회원국 194개 국가의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만 해도 자국내의 뉴스보도가 아니라 게임이용장애 관련 한국의 진행사항에 관심을 보이며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서만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게임이용장애 관련 한국의 결정이 한국뿐만 아니라 한국게임의 수출 국가인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민관협의체 결정에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해외에서도 주목 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지나친 게임이용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과연 게임이용장애가 게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을 과하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우리 청소년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의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도 동시에 분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진정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방법을 찾기 위해 WHO의 권고와 한국정부의 수용 과정에서 게임과 관련된 문제의 정확한 분석과 근거에 기반해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범정부 차원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 지난 20년간 효자산업의 구성원으로서 게임인들이 지녀왔던 자존감이 억울하게 손상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게임개발자들과 게임기업들은 마치 부정한 집단으로 비춰지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늘날의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만들어 낸 산업역군임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4차산업혁명시대에 더욱 화려한 꽃을 피워 가기 위하여 묵묵히 미래를 준비하는 게임인들임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작금의 게임산업의 분위기를 지켜보면서 게임인식에 대한 도덕적 공황의 한 세대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기엔 산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답답한 현실을 한탄하면서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 있어 왔던 놀이와 재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임의 속성은 그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인들이 오늘에 흔들리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내일을 착실히 준비해 산업적 공백이 발생 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지금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게임인들은 미래산업인 게임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tedtgseo@gachon.ac.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