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책방' 처럼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필요…게임인식 개선에도 도움

‘심야책방’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마다 전국에 걸쳐 동네서점들이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독자들과 책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행사다. 이 행사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날짜만 같을 뿐 책방마다 서로 다른 내용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아주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는 서점이 있는 반면, 책에 관한 수다를 떠는 서점도 있다. 작가를 초청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청하기도 하고, 참석자들끼리 책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 함께 모여 글을 쓰기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감상하기도 한다.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음식을 나누는 일이 빠질 리 없다. 책에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책방마다 어떤 메뉴를 선택했는지 구경하는 것도 은근한 재미다.

그중에서도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헬로인디북스’의 프로그램은 단연 눈길을 끈다. ‘심야책자랑’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서점의 심야책방은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이 아끼는 책을 들고 와서 책을 그야말로 ‘자랑’한다. 더 이상 판매되지 않아서 구하기 힘든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할 수도 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 재미있게 책을 읽었던 경험을 자랑할 수도 있다. 책의 내용과 꼭 관계없더라도 그 책에 얽힌 자기만의 사연을 자랑할 수도 있다. 그걸 과연 자랑이라 할 수 있는지 엄격하게 따지진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어떤 내용이든 책에 대한 이야기가 될 테니 어쨌든 이 자리 자체가 책을 자랑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심야책자랑’이라는 제목은 여러 번 곱씹을수록 잘 지은 제목이란 생각이 든다.

심야책방은 책이 다채롭게 조명된다는 것과 책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가 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중에서도 후자의 의미는 특히 각별하다. 평소 책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으로 책방을 찾던 이들이 독자로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심야책방에 함께 자리한 독자들은 같은 책방을 찾는 이웃이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서로를 발견한다.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없이 즐거운 일인 만큼, 이 만남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게임에서도 ‘심야책방’ 같은 행사가 열린다면 어떨까. 매달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주제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게임에 대한 수다를 떨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를 초청해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청할 수도 있고, 참석자들끼리 게임에 관해 토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함께 만들어볼 수도 있고, 게임에 관한 책이나 영화를 함께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야게임자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게임을 자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굳이 오프라인에서도 할 필요가 있을까 반문할 수 있다. 심야책방이 독자들 간의 연결과 발견을 가능하게 하듯,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게이머들 간의 만남 역시 서로의 연결과 발견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게임을 주제로 한 활동을 하는 것이 단순히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 세상에 나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역시 나와 같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 중 한 사람이라는 것, 그 일상 속에 게임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모두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즉, 이 만남은 ‘삶의 자취로서의 게임’을 직접 체험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해마다 게임 인식 개선 사업이 진행된다. 여러 분야에 걸친 사업이 꾸준히 진행돼오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분명하지만, 사업 내용이 주로 연구나 교육, 그리고 캠페인에 치우쳐있는 것은 아쉽다. 게임에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이 게임 인식 개선에 중요하게 기여할 것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게임에 긍정적인 태도를 게임에 대한 깊고 풍부한 이해로 이끄는 것 역시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해 중요한 작업이다. 이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강지웅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iamwoonge@gmail.com]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