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글로벌 예상외로 급성장 기조…정부 정책지원 움직임도 '잰걸음'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국내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대중문화로서의 향유 가능성을 인정받으면서 육성 및 지원 사업에 투자가 잇따르는 등 위상이 높아져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대전·광주·부산 등 3개 지역에서 e스포츠 상설경기장 설립을 추진키로 결정하는 등 제도권에서도 육성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또 그간 휘청이던 e스포츠협회의 컨트롤타워가 바로 세워진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5G 환경의 대중화도 e스포츠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고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 체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해외 진출 행보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 업계는 e스포츠의 성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e스포츠 시청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물론 전체 시장 규모 역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26.7% 증가한 11억 달러(한화 약 1조 2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청자 규모도 15% 증가한 4억 54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뉴주는 스폰서십, 광고 및 미디어 권리 등의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e스포츠 규모가 첫 10억 달러 고지에 오를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더 나아가 2022년까지 글로벌 e스포츠 규모가 18억 달러(한화 약 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디지털 방송사, TV 미디어 기업 등이 e스포츠 콘텐츠 경쟁에 돌입했으며 이 같은 투자가 직접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향후 성장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프랜차이즈가 증가하고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가 등장하며 시장 확대에 힘을 더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5G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해치 엔터테인먼트와 가상현실(VR) 게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상민 LG유플러스 FC부문장 전무, 베사 주티라 해치 엔터테인먼트 공동 창업자 수석 부사장.

#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 전망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오버워치 리그’에 대해 코카콜라, 토요타, T-모바일, HP 및 인텔 등 다양한 기업들과의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이 같은 브랜드 협업이 점차 확대되며 e스포츠 규모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한 저변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디어그룹 컴캐스트 스펙타코어와 e스포츠 공동 사업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SK텔레콤이 창단한 ‘리그오브레전드’ 팀 ‘T1’을 모체로 조인트벤처를 만들어간다. 컴캐스트가 지분 투자를 통해 T1의 2대 주주가 될 계획이다. 향후 글로벌 e스포츠팀 공동 운영을 비롯해 콘텐츠 제작,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등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또한 싱가포르 통신업체 싱텔과도 게임 및 e스포츠 사업 협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유무선 사업자 1위로 꼽히는 싱텔은 지난해 기준 매출 19조원을 기록, 호주, 아프리카 등 전세계 21개국 7억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결승전 시청자는 전년 대비 24.5% 증가한 9960만명으로 집계됐다. 비공식 창구를 고려하면 1억명 이상이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 동시 시청자수도 4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의 이번 e스포츠 사업 확대는 이 같은 ‘LOL’ e스포츠 팀 T1이 기반이 됐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e스포츠 선수풀을 적극 활용해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서다. 또 이번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국내 업체들의 글로벌 e스포츠 저변 확대 행보가 점차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e스포츠의 해외 진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는 있으나, 그 외 측면에선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편이다.

# e스포츠 종주국 위상 찾아야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글로벌 규모의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점차 뒤처지며 과거 위상도 퇴색됐다는 지적이다.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규모 격차가 계속되면서 결국에는 경기력까지 따라잡혔다는 것이다.

그동안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온 우리나라 선수들이 최근 중국 등 해외 선수들에게 패배하는 사례가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따라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엘리트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또 중국과 같이 거대한 땅덩어리를 기반으로 막대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국가의 추월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토양을 가꾸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면서 종주국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서 국내 e스포츠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해 온 e스포츠협회가 불미스러운 일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김영만 회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국내 e스포츠계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개최 이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도 업계의 재도약 분위기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다음 아시안게임 준비를 비롯해 올림픽 종목화 등의 큰 그림을 그리며 기반을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e스포츠계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열린 '2018 LOL 월드챔피언십' 현장 전경.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간 뛰어난 성과를 거둬 글로벌 스타로 인정받으면서 또 다른 한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는 수익 사업 측면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5G 대중화 시대의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e스포츠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환경에서의 e스포츠 시청 등 다양한 협업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핀란드의 5G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해치 엔터테인먼트와 5G VR 게임 독점공급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이를 통해 5G 모바일게임과 클라우드 게임 출시에 협력하는 것은 물론 국제 e스포츠 토너먼트 이벤트의 공동 기획에도 합의했다.

정부가 게임 중에서도 e스포츠 부문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반길만한 부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0억 규모(국비 30억, 지방비 30억)의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 공모에 대전, 광주, 부산 등 세 곳을 선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진 않은 단계라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인프라의 확대가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대전·광주·부산 상설경기장 설립

대전시는 10년 간 376억원을 투입, 엑스포과학공원의 첨단과학관을 리모델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500석 규모의 주 경기장과 50석 규모의 보조 경기장, 1인 미디어실, 선수대기실과 심판실, 카페테리아 등을 갖출 예정이다.

시는 경기가 없을 때도 100대의 인터넷 게임시설을 상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경기장과 연계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실증체험 지원센터를 구축하고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기회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광주시는 이번 선정된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의 후보지로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을 확정했다.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은 1005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함께 160석 규모의 보조경기장, 영상조정실, 기자실, PC존(훈련장) 등을 한 건물에 구성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해당 대학은 이번 공모사업을 위해 10년 간 무상 대여하고 e스포츠 발전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약속했다.

시는 이번 공모사업의 기본 요건 외에도 조선대를 비롯해 호남대, 남부대, 전남대 등 광주지역의 대학이 직접 참여하는 분야별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호남대에서는 공자아카데미를 통한 중국 대학과의 국제 e스포츠 교류전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게임 과몰입 클리닉을 운영하기도 했다.

대전 e스포츠 상설 경기장 가상 조감도.

부산시는 서면 피에스타 건물 15∼16층에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구축키로 했다. 328석 규모의 주 경기장은 다양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가변석 관람석으로 구성된다. 보조경기장은 162석 규모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다.

상설경기장에는 국제 e스포츠 연구개발센터, 1인 미디어실, 스위트룸, e스포츠 트레이닝센터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들어선다. 경기장은 e스포츠 외에도 게임 및 인디음악 쇼케이스, 1인 창작자 및 코스튬 축제 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2017년 부산 이전을 확정한 국제e스포츠연맹과 협력해 학술연구를 진행하고 e스포츠 세계 표준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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