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성기 누렸던 정액제 명맥만 유지…유저와의 소통ㆍ재미가 더욱 중요

엔씨소프트는 최근 온라인게임 ‘아이온’의 정액제를 포기하고 부분유료서비스로 전환했다.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필요한 아이템은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블레이드&소울’을 정액제에서 부분유료서비스로 전환한 바 있다. 이 작품은 부분유료화 전환 이후 다시 탄력을 받아 최근 PC방 순위 10위 안에 재진입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온’의 부분유료화는 앞서 이뤄진 ‘블소’의 부분유료화 효과가 검증됨에 따라 이를 벤치마킹 해 이뤄졌을 것이다. 아직 부분유료화 전환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과거 이 작품이 160주간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서 재도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4인방은 ‘리니지’와 ‘리니지2’, 그리고 ‘아이온’과 ‘블소’ 등을 말한다. 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들이고 ‘리니지’는 서비스 20년이 된 지금도 PC방 점유율 상위권에 포진해 있을 정도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4인방 중에서 두 작품이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전환됐고 이제 남은 것은 ‘리니지’와 ‘리니지2’ 두 작품이다. 아직 두 작품의 부분유료화에 대한 정보는 없는 상황이다. ‘리니지’가 아직도 건재하고 ‘린저씨’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질 만큼 충성 유저층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정액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액제는 어찌 보면 개발업체의 자신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매월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그에 상응하는 재미와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저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요금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액제 이후 등장한 부분유료화는 진입장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는 획기적이었지만 유저들의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지나치게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하는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스팀’을 통해 이뤄지는 온라인서비스다. 스팀에서 판매되는작품은 단 한번 구매하면 계속 온라인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마치 PC나 콘솔 패키지 게임과 같은 구조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스팀을 통해 판매되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고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의 성공이 요금제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뛰어난 작품성과 완성도가 뒤따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라인게임의 요금제가 과거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저 입장에서 보면 정액제보다는 부분유료화가 더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접속해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매력은 곧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쉽게 들어갈 수 있기에 쉽게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액제는 역설적으로 진입하기 어렵지만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20년된 ‘리니지’가 아직도 건재한 이유다.

물론 모든 온라인게임이 ‘리니지’와 같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유저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변신하고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유료화의 단점이 드러나는 순간 또다시 유저들은 그 작품을 외면할 수 있다.

재미보다 돈을 요구하게 될 때 유저들은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요한 것은 정액제냐 아니면 부분유료화냐 이것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유저들과 함께 호흡을 같이 하며 그들에게 끊임 없이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에 정액제 온라인게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리니지’ 등 극히 일부의 작품에서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추측이긴 하지만 언젠가 ‘리니지’ 역시 정액제를 포기할 날이 올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는 그만큼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10년 후에도 여전히 정액제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마도 유저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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