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열세번째 열리는 국제 전시회…조직위ㆍ부산시 함께 풀어가길

우리나라가 세계 게임업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가 오는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올해 13회째를 맞는 ‘지스타’는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하고 지스타조직위원회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다.

지스타는 출범 당시 일본의 ‘도쿄게임쇼’, 그리고 미국의 ‘E3’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3대 게임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처럼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게임산업의 트렌드도 많이 바뀌었다.

지스타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온라인게임은 세계 게임시장의 주류가 아니었다. 이제 막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무엇인지 궁금하거나 새로운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싶어하는 해외 게임개발자들과 바이어들이 많이 찾아왔다. 이를 통해 지스타는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온라인게임이 점차 힘을 잃어가는 대신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됐다. 그러면서 지스타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부스를 차지하고 거창한 스크린을 통해 화려한 게임플레이 화면을 보여주던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작은 얙정에 단순한 플레이가 반복되는 모바일게임은 새로운 형식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스타는 지난해까지 새로운 변화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관람객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전년과 대동소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모습으로는 세계3대 게임쇼는 고사하고 당장 2~3년 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될 것이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E3와 도교게임쇼도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달라지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전시회 안에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임산업협회는 올해 지스타에서 모바일을 통한 입장을 확대하고 효율적인 관람객 동선을 배치하는 등 보다 업그레이드된 전시・관리 시스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B2C 조기참가 신청을 완료한 40부스 이상 업체를 대상으로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러한 전시회 운영 개선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인 변화만 갖고는 세계 굴지의 전시회와 경쟁하기 어렵다. 우리만 갖고 있는 경쟁력을 찾아서 이를 더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지스타 조직위는 참가업체들을 채우기 위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찌감치 예약이 마감되는 해외 전시회와 달리 국내 업체들을 찾아다니며 통 사정을 해서 경우 부스를 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몇몇 대기업들이 전시부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구석으로 밀려나는 일도 벌어졌다. 조직위가 전시공간을 채우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였다 해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스타가 게임업체 모두의 축제가 아닌 몇몇 대기업들의 홍보행사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최측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정부 자금 지원 등으로 열리는 사실상의 정부행사가 마치 특정기업 몰아주기로 비춰진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무리다.    

또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고, 전시회의 부대행사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시회의 기획과 운영에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지스타를 공동주관하는 부산시의 변화도 필요하다. 부산시는 지난 8년간 지스타를 개최해 왔고 다시 4년간의 개최권을 따냈다. 이로써 지스타는 마치 부산시의 전유물처럼 돼 버렸다. 부산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산시를 게임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정책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게임산업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일은 분명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타성에 젖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시도 올해 지스타만큼은 정책 홍보보다는 향후 1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조직위와 함께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지난 13년을 이어온 지스타가 서서히 힘을 잃어 우리에게, 또 세계인들에게 잊혀져 간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며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게임인들이 자부심을 갖고 자랑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조직위와 부산시, 그리고 협회가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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