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하며 갈수록 덩치 커져…상생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시대는 변한다. 그리고 이 변화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이를 막으려 한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져 도태될 뿐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미리 읽고 이를 개척해 나간 사람들은 선구자라는 이름을 얻으며 칭송받기도 한다. IT 산업을 예로 들자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이들이 시대를 앞서 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들은 남들이 보지 못한 미래를 내다봤고 이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 시대의 문화와 생활을 바꾸어 놓았고 이를 통해 그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가깝게 보자면 우리 게임산업계에도 이런 인물들이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그리고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남들이 게임을 코흘리개 어린 애들의 놀이로 치부할 때 산업적인 가치와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히 모든 것을 투자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임 1세대들은 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을 키워나가며 대한민국을 게임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려놓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온라인게임은 우리가 세계에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훌륭한 자산이 됐다. 10여 년 전에 우리의 온라인게임을 저급한 것으로 폄하했던 게임 선진국들이 한때는 우리의 노하우를 배우고 우리를 따라 잡으려 안간힘 썼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가 됐다.

하지만 시대는 또 온라인을 뛰어넘어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넘어갔다. 물론 예전에도 피처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이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이동통신 수단에 그쳤다. 그 이후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모바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애플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도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폰 등장 이후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1월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아이폰은 10년 만에 세상을 바꿔놓았다. 물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갖춘 스마트폰들도 무수히 쏟아져 나왔지만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서 경쟁하고 발전하며 시장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PC온라인게임 못지 않은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넷마블게임즈가 선보인 ‘리니지2 레볼루션’이 한달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시대가 이처럼 변한 것이다. 이제는 모바일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몇 년의 시간과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에도 그렇다. 이는 온라인게임 개발과 맞먹는 규모다.

이 때문에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많은 중소 모바일게임업체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중견업체들이 든든하게 허리를 받쳐주고 있었는데 이제는 이러한 중견들이 쪼그라들면서 중소업체로 작아졌고 중소업체들은 영세업체로 전락해 버렸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텐센트는 수천억원, 수조원들 들여 글로벌 게임업체들을 사들이고 있다. 우리 역시 외국 유명 업체들을 합병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게임 시장은 안방과 글로벌의 경계가 사라졌고 강력한 파워를 가진 한두개 작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작은 업체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그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대로 수많은 영세 업체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책을 찾아 그들을 살려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수많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사라진다면 그들 위에 자리 잡은 거대한 기업들도 결국엔 말라죽을 수 밖에 없다. 거대기업들의 강력한 파워도 필요하지만 끊임없이 제공되는 신선하고 진취적인 게임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영세 업체들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과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라고 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그들은 이제 보호가 필요하다. 정부와 대기업들이 나서서 뿌리를 이루고 있는 그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게임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일인 만큼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도 꼭 해야 할 일이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지금 당장 그 정답을 찾을 순 없겠지만 멈추지 않고 함께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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