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우리가 해낸다'

엔씨·넷마블 등 잇단 출사표…M&A 통해 막강 개발환경 구축도

새해가 밝았지만 게임업체들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결코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상황에서 우리 업체뿐만 아니라 막강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시장에서만 머물러서는 더 이상 답이 없다.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다. 또 넘어야 할 산도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을 약속해줄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0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우리 업체들이 일궈낸 시장의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에 뒤처지는 참담한 실정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도 여겨지고 있다.

최근 게임업체들이 주력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늘어나 약 4조원을 돌파 전 세계 다섯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북미, 중국, 일본 등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큰 격차를 보였다.

설상가상 과거 우리의 위상을 드높였던 온라인게임까지 좀처럼 새로운 흥행작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업체들이 규모와 속도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함에 따라 위기감은 더욱 커져가는 중이다.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어떻게 하면 이 같은 대형 글로벌 업체들을 추격하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북미와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들의 성공요인을 돌아보며 우리가 배울 것은 없는 지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이다.

# 세계는 골리앗들의 전쟁터

세계 게임시장은 지금 골리앗들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다. 자국의 안방에서 편안하게 서비스를 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블리자드, 텐센트, 닌텐도 등 각국의 넘버원들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북미 게임업체를 대표하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오버워치’를 선보이며 고착화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다. 반면 이후 등장한 넥슨의 야심작 ‘서든어택2’이 론칭 3개월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며 흥행에 참패함에 따라 우리 업체들의 역량에 대한 우려도 커져만 갔다.

‘오버워치’는 앞서 블리자드가 선보였던 시리즈와는 완전히 별개의 새로운 시도였다. 또 FPS 장르 역시 첫 도전이었던 만큼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불과 5개월여 만에 누적 회원 2000만명을 돌파하며 보란 듯이 올해 최고의 게임 중 하나의 영광을 차지했다.

우리 업체들도 글로벌 업체들의 행보를 뒤따라가고 있으나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이후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길드워’ 등을 선보이며 도전을 거듭했으나 규모와 속도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리자드가 이처럼 거대 업체로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는 앞서 97년 비벤디와의 합병을 통해 신작 개발 환경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 회사는 비벤디와 합병 이후 선보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등을 흥행시키며 더욱 높은 곳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WOW’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WOW’는 단숨에 가장 인기 있는 MMORPG로 자리 매김하며 판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특히 지난 2007년 비벤디가 ‘콜 오브 듀티’ 등 콘솔 게임 최고 인기작을 보유한 액티비전 인수를 통해 블리자드와의 합병을 추진함에 따라 초거대 게임 업체로서 도약을 거듭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게임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텐센트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 주도권 싸움이 점차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단연 압도적인 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업체로 꼽히는 텐센트는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슈퍼셀을 86억 달러에 인수키로 하는 등 큰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는 앞서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것 못지않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특히 서구권의 온라인과 모바일 핵심 업체를 모두 사들이며 세계최대 게임업체로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 텐센트 덩치기우기 가속화

다음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일본을 대표해온 닌텐도의 성공요인도 우리에게는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모바일 트렌트를 따라가지 못해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 해 '포켓몬 고'에 이어 '슈퍼마리오'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선보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 게임 업체들은 이른바 독자적 형식이나 내수 시장에 편중되는 '갈라파고스 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돼 왔다. 닌텐도 역시 자신들의 콘솔을 고집하긴 했으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도전을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6% 늘어난 11조 319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대로 저조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돼 우리 업체들의 위기감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할 방법은 결국 해외 시장으로 도약하는 것 밖에는 없다. 이에 따라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넥슨 등 우리 업계를 대표하는 빅3 업체들의 역할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한해는 이들 빅3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판가름 나는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해외 시장은 단타성의 잔꾀가 통하지 않는 치열한 전쟁터다. 때문에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주요 업체들조차 아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준비를 거듭해왔다.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약이 가장 기대되는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올해 코스피 상장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앞서 ‘모두의 마블’ ‘마블 퓨처파이트’ 등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크게 늘려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는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세븐나이츠’를 흥행시키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순항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는 한계를 느껴왔다. 이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대형 업체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역시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에 분주한 시간을 보낸 만큼 올해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개발력을 과시할 신작 준비뿐만 아니라 장기간 명맥을 이어온 판권(IP) 활용,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도약 등 내실을 다지며 사업영역을 확대시키는데 주력해왔다. 올해는 이를 구체화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5년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 꼽히는 텐센트와 온라인게임 ‘마스터X마스터’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온라인게임 개발 명가로써 위상을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스네일게임즈를 통해 ‘리니지’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론칭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리니지’ 시리즈 IP 기반의 자체 개발작 ‘리니지 레드나이츠’를 흥행시키며 모바일게임 사업에 대한 역량도 과시했다. 특히 ‘레드나이츠’는 중국 알파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게임 서비스뿐만 아니라 캐릭터 및 미디어 등을 통해 IP를 확대키로 했다는 점에서 올해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국내 업체들 부족한 파워 충전 중

넥슨(대표 박지원)은 그동안 공격적이면서도 시기적절한 인수합병을 통해 최대 업체로 거듭날 수 있었다. 중국에서 매년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 ‘서든어택2’ 흥행 참패 등의 내환을 겪게 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빅히트를 기록하는 롱런 작품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이 회사가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빅3가 올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내실을 다지면서 대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빅3뿐만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모바일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 온 컴투스와 게임빌도 그 중의 하나다. 이처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업체들도 각자의 경쟁력을 높여가며 착실히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충분히 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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