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심야시간 누가 볼까…가벼운 내용보단 심층 다루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SBS와 함께 게임 전문 프로그램 ‘유희낙락’을 제작키로 했다고 밝혀 게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콘진이 이달 20일부터 SBS에서 방영되는 ‘유희낙락’을 후원하고 이를 통해 우수 게임 콘텐츠를 발굴하고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또 SBS는 건전 게임문화 진흥을 위해 홍보활동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반가운 마음과 함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 프로그램의 실체가 드러나자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역시나’하는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우선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이 문제다. 평일인 월요일 새벽 1시라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까. SBS는 과거에도 이 프로그램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SBS는 ‘즐거운 게임쇼’라는 프로그램을 장장 500회에 걸쳐 로 10년간 방영했다. 그러나 이 방영시간이 토요일 새벽 2시로 접근성이 떨어져 0.2%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기존 온게임넷에서 활약하던 전용준 캐스터 등이 출연하기도 했으나 점차 프로그램 구성이 축소돼 영상물을 틀어놓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밖에 MBC가 2003년부터 3월부터 2005년 4월까지 ‘줌인 게임천국’을 132회 방영했고 KBS 역시 2003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게임정보특급’을 92회 방영했다.

한 프로그램을 10년간이나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면에서 SBS가 대단히 열심히 노력을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이 누가 있겠냐 하는 것이다. 0.2%의 시청률이 그 대답을 해주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 역시 새벽 1시에 방영한다면 비슷한 시청률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게임방송을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고 큰소리 칠 수 있을까?

최근에는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게임광고가 쏟아져 나왔던 적이 있었다. 게임업체들은 이 광고를 위해 수백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것과 비교한다면 새벽 1시에 방영되는 게임프로그램은 초라해도 너무 초라한 모습이다.

다음으로는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이 프로그램은 보이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을 비롯해 SBS 아나운서 배성재, 장예원 등이 MC를 맡는다고 한다. 또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를 비롯해 개그맨 이진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김소혜, 보이그룹 SF9의 다원 등이 고정 패널로 출연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전의 단순 정보 제공 형식이 아닌 예능과의 결합한다는 점에서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최근 케이블 및 인터넷 등에서 게임 전문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지상파 역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얘기다.

물론 겉으로 보면 매우 화려한 출연진들이다. 마치 연예프로그램의 MC나 패널들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게임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영화나 음악을 소개하는 것처럼 게임을 소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는 이미 지상파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방송이나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상파에서 게임을 소개한다면 무언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게임 프로그램을 황금시간대에 배치할 수 없는 방송사의 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기왕이면 지상파 방송사답게 게임계의 이슈를 놓고 토론을 한다거나 게임의 대중화를 위해 현장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하는 좀 더 생산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 첫 방송이 나가지 않았지만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면 이 프로그램 역시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들었다가 사라진 많은 프로그램들의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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