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육성계획이 결국 수포로
민관 합동의 TF구성, 방안 찾아야…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큰 문제

정부는 지금까지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많은 지원사업과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게임산업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로드맵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이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고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로드맵을 그려야할 때인 것이다. 여기서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원히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와 정부, 그리고 학계가 모두 모여 지혜를 짜내야 하는 것이다.

게임 업계가 올바른 미래를 그리지 못하고 곳곳에서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는 점차 벌어져 절망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과거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전 세계를 개척했던 위상은 껍데기만 남아 마치 이빨이 빠진 모양새와 다름없다는 경고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업체들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 그릴 로드맵의 맨 첫 장은 업계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업계의 맏형 김정주 NXC 회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이 제 역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 오너들은 두문불출하며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는 삐뚤어진 모습으로 비칠 수 밖에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책임경영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정치권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뭇매를 맞아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박하고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인물들이 미온적 모습을 보였다.

게임은 최신 기술을 다루는 문화콘텐츠이자 대중 예술로 분류된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 및 음악 등 여타 다른 문화예술과는 동떨어졌다는 선입견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간 돈을 버는 것에만 매몰돼 덩치만 키웠을 뿐 업계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에는 무심한 태도가 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정주 전 회장이 대외적으로 얼굴을 비추지 않고 몰두했던 일이 결국 주식 및 부동산 거래였다는 점에서 업계에 대한 평가가 곤두박질하고 만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게임에 대한 인식도 근본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게임을 ‘관리’하고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려는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이후 아케이드게임산업이 초토화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사태는 엄밀히 말하자면 아케이드게임이 아니라 도박게임의 문제였다. 그런데 아케이드산업 전체가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고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그동안 정부는 아케이드게임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담당자도 적당히 시간을 떼우다 떠나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이로 인해 연간 수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아케이드산업은 흔적을 찾기도 힘들 정도로 피폐해지고 말았다.

지금도 정부는 게임산업을 미래 먹거리라고 추켜세우며 가상현실(VR)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보여주기 위한 행정에 불과할 뿐 진정 게임업계를 위한 로드맵을 그리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게임업계의 위기상황은 업계나 정부 등 어느 일방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더 늦기 전에 모두가 힘을 모아 새로운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의지와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부정적 인식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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