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흐리는 'PC게임'이란 용어…스스로에 대한 자존감 만들어야

온라인 게임의 시작이라고 하면 ‘바람의 나라’를 꼽는다. 1996년 선보인 이 게임은 당시로서는 아주 파격적인, 텍스트 기반의 ‘머드 게임’에 화려한 그래픽을 얹혀 단숨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송재경 김정주 등 5인의 개발자가 완성한 ‘바람의 나라’는 이후 유사한 온라인 게임의 등장에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오는 등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이같은 이유로 이 작품은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반자격인 ‘리니지’와 함께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이자 원조로 불려 왔다.

그러나 ‘바람의 나라’ 보다 먼저 온라인 게임의 형식을 빌어 발표된 작품이 있었다. ‘단군의 땅’과 ‘쥬라기 공원’이란 게임이다. 이들 작품은 ‘바람의 나라’보다 약 2년 먼저 발표됐는데, 유연한 게임 구조와 소재의 뛰어남으로 대학생들로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머드 기반이란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고, 게임의 연속성에 문제점을 드러내 는 단점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온라인상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고 역할을 나눠 동시에 임무를 수행해 간다는 점에서 오로지 PC 게임만 즐기던 이들에겐 적지않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게임계에서는 그동안 온라인 게임의 시작을 어떤 게임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머드 게임이라고 불리는 ‘쥬라기 공원’이나 ‘단군의 땅’을 온라인 게임의 시작으로 본다면 한국 온라인 게임 역사의 시작을 보다 더 앞당겨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이 오늘날 온라인 게임으로 불리우는 게임과는 유사하지만 그 전형에 해당되느냐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또 텍스트 기반의 게임을 온라인 게임의 시작으로 인정한다고 가정한다면 ‘쥬라기 공원’과 ‘단군의 땅’ 가운데 어떤 작품을 시작이자 시초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한 작품은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경쟁 작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고, 다른 한 작품은 나름 스토리 라인을 갖추고 있었지만 경쟁 작에 비해 서비스 일정이 한 두 달 정도 늦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머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 대해 서로 다른 유형의 게임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 때문인지 그래픽을 지원하면서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의 전형을 보여준 ‘바람의 나라’를 온라인 게임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 ‘바람의 나라’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이는 전문가 그룹 또한 적지않다. 과연 그 당시 ‘바람의 나라’가 대중성과 상업성을 고루 갖추면서 오늘날의 온라인 게임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냐 하는 점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각에서는 경쟁작 ‘리니지’를 온라인 게임의 역사의 시작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를테면 명실공한 온라인 게임으로 불리기에 제 조건 을 충족시킨 작품은 ‘리니지’가 시초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에서 발표한 ‘리니지’는 1998년 게임 프로그래머 송재경과 또다른 거인 김택진 등이 합작해 만든 MMORPG로, 발표되기 무섭게 게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 온라인 게임의 시작과 그 시조가 되는 게임을 두고 새롭게 갑론 을박을 펼쳐 보자는 게 아니다. 사실 여부와 주변 정황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역사성에 대한 책임 규명은 게임학회 등 학계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된지 무려 20개 이상의 성상을 쌓았음에도 불구, 이 부문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게임학회를 비롯한 게임계가 뭔가 우선순위를 잘못 두고 온 탓이 아니냐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 게임계에서 이에 대한 정의 또는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한마디로 수치라고 생각한다.

게임계가 제도권을 향해 황금알을 낳은 미래 수종산업이라고 자랑했지만 지금 세상에 드러난 것은 사행과 중독 그리고 폭력성이 전부다. 족보도 없고, 근본도 없으니 형제도 없는 셈이 되는게 아닌가. 그 잘난 표현으로 청정산업이자 지식사업이며 콘텐츠의 핵심코어로 불리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런 식으로 마치 자해와 같은 무신경으로 버티니 게임인들은 모래알과 같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최근 게임 웹진를 포함한 일부 게임 관련 신문 기사를 보면서 다소 황당하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적지 않다. 그 것은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용어를 슬그머니 PC 게임으로 통칭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PC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현재는 온라인 게임 밖에 없고, 모바일 게임과 상대되는 플랫폼 개념으로 PC 온라인 또는 PC게임으로 표기한다면 그 것 자체만을 놓고 볼때 틀린 표기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역사성을 간과하고 우리가 그렇게 자부하며 외쳐온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란 명예를 스스로 사장 시키는 표기법이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게임의 장르에는 온라인게임은 사라지고 아케이드게임과 비디오콘솔 그리고 PC게임과 모바일게임만이 존재하게 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언급하는 이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산업과 기업은 오로지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는다. 지금까지 이를 간과하며 살아 왔다면 산업인으로서, 또 게임인으로서 한참을 잘못 산 것이나 다름 아니다. 아주 자그마한 것들을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가꿔 나가는 마음의 자세가 역사를 기록하는 첫 걸음이자 시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제도권에서 게임계를 우습게 생각하고 하대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된 역사와 자신들의 스토리를 창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맞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없는데 어느 누가 존경하고 어려워하겠는가. 그런데 있는 것 조차도 지워 버리려 한다면 그 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굳이 여기서 온고지신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같은 몸짓이라도 보이려면 쥐꼬리만한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필자의 눈에는 매일 지우려는 업계의 모습만  눈에 비춰오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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