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순위 상위권 잠식…경쟁력 높이며 함께 가야

한 때 중국 게임시장은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의 안마당이라고 할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다. 물론 ‘미르의 전설2’를 시작으로 아직도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많은 게임들이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우리를 통해 게임산업의 가능성을 깨닫게 된 중국 개발자들이 너도 나도 모바일게임 개발에 뛰어들면서 하루가 다르게 퀄리티가 발전한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산 모바일게임은 조악한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의 기획력과 퀄리티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모바일게임을 론칭하면 금방 대박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넘을 수 없는 두터운 장벽이 존재했다. 당시 중국은 저작권이란 개념이 지켜지지 않았고 우리 게임을 베끼는 것이 당연시 됐다.

수출상담을 하면서 모바일게임을 보여주면 며칠 만에 유사한 게임이 뚝딱 만들어져서 시장에 유통됐고 순식간에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거기다 복잡한 모바일게임 유통 구조도 우리 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어렵게 했다.

이렇다 보니 컴투스 등 국내 업체들이 중국시장을 개척해보겠다고 수년 동안 피땀을 흘렸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 모바일게임 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력들을 스카우트했고 수백명이 달려들어 게임을 찍어냈다. 도저히 우리가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면에서도 퀄리티면에서 급성장을 거듭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발간한 ‘중국콘텐츠산업동향’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게임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약 514억 6000만 위안(한화 약 9조 2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87.2%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이용자 규모 역시 전년 대비 10.9% 늘어난 약 3억 9600만명으로 PC게임 및 웹게임 유저수를 넘어선 최대 시장을 형성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끈 것 중 하나는 PC게임(클라이언트)의 모바일화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몽환서유’를 필두로 ‘열혈전기’ ‘대화서유’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성공을 거둠에 따라 기존 PC게임 업체들이 모바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PC게임의 모바일화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게임 진출 역시 올해 주목 받는 성공 전략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소설 ‘화천골’을 활용한 드라마와 게임이 모두 흥행한 이후 영상물과 게임을 동시 진행할 수 있는 사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게 됐다.

텐센트, 넷이즈, 퍼펙트월드 등 7개 업체는 지난해 150여개 모바일게임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모바일게임 업체들이 이제는 눈을 돌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와 글로벌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일이다.

중국산 모바일게임의 조악한 퀄리티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던 스토리 등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들은 놀랍도록 발전했고 오히려 우리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사실은 시장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 20일 현재 구글 게임 최고매출 순위에서 중국산 게임이 적지 않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작품은 5위를 기록중인 ‘뮤오리진’이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을 들여와 현지화 게임이다. 이어 7위를 기록중인 ‘천명’도 중국업체가 서비스하고 있다. 지금은 순위가 많이 떨어졌지만 18위를 기록중인 ‘백발백중’도 중국산 게임이다.

‘뮤 오리진’의 경우 한 때 최고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백발백중’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 안방을 중국 게임들이 쥐락펴락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늬는 한국 게임업체지만 속들 들어다보면 중국 업체에 인수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이 개발한 게임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글로벌시장에서 빛을 발한 날도 멀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것일까. 중국은 무섭게 커 나가는데 우리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묘안은 과연 있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이 상황 속에서 각자의 현실에 맞게 타개책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 게임업체들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것은 우리 측의 손실이 너무 크다. 그 보다는 상호협력하면서 함께 살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 아니라 더 실력을 키우고 몸값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마저도 없다면 지금 우리 업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함께 윈윈해 보려는 중국업체들도 ‘얻을 것이 없다’며 냉정하게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뉴스2 에디터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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