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게임산업에 있어 정치권과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 2012년 대선이 그랬고, 작년 정치권의 게임 중독 문제가 그랬고, 올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미래 산업 육성 등에 있어서 말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게임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당일, 늦어도 다음날 게임주가 거짓말처럼 폭락하는 것은 이미 관례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 활성화 정책이 게임 산업진흥에 맞추어져 있지만 정치권의 언급 하나에 수많은 게임주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경제적인 움직임은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 역시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IT 산업과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이 국회나 정부에서 언급되면 자연스럽게 주가가 하락하고, 리모델링 및 재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되었다는 소식에 관련 업계의 주식이 상한가를 치는 것을 본다면, 이런 현상은 사회적 기류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물론 게임과 관련한 규제의 움직임에는 ‘청소년보호’라는 대의명문이 존재한다. 어떤 산업이건 발전해나가다 보면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그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의 고삐를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측면은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진흥책이라는 당근과의 균형을 잘 맞추어나가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규제와 진흥, 그 둘 사이의 한 축이 무너져버린 느낌이 역력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세계시장의 흐름과는 무관한 우리나라만의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현재 많은 게임업계 대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지주회사를 설립, 등록하고 있다. 특히 게임 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된 2013년 이후에는 이런 준비 작업에 너도나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규제의 피해는 대기업처럼 대처할 만한 여력이 없는 중소개발사나 유관 업체들에게 돌아가 생존 자체의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초기 계획처럼 5대 글로벌 킬러콘텐츠로서 게임을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업계 측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만 토로하며 자조하고 있어서도 안 된다. 과정이야 어떻든 규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게임업계 스스로임을 인지하고,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실생활에 활용할 방법을 모색함은 물론, 사회 전반에 팽배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여 외부에 전달할 영향력 있는 구심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게임업계의 앞날은 업계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게임이 연간 5조원의 수출 효자 상품이라든가, 게임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든가, 과연 규제에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혹과, 게임 이외에 학생들이 올바르게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말은 일찍부터 나돌았으나, 그 동안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해 온 이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듯하다. 한국의 게임 산업이 가장 급격히 성장을 한 시기가, 오히려 정부 차원에서 진흥도 규제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IMF 직후 10여 년이었다는 사실은 묘한 씁쓸함을 남긴다.

부디, 출범 초기 ‘대통합 정치’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가, 다시금 심기일전의 자세로 다양한 의견에 귀를 열고 소통하며, 세계 흐름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성심 성의껏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훗날, 대통령의 공약과 같이, 글로벌 킬러콘텐츠 중 하나로서 게임이 보란 듯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고대해 본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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