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 등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서만 큰 목소리를 내던 유력 일간지들도 게임 산업이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일간지는 게임 산업 위기 보고서라는 제목 하에 연속 특집 기사를 낼 만큼 위기라고 느끼는 모양이다. 이는 게임업계가 체감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첫째,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 게임들이 모두 순위권에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100주가 넘는 동안 외산 게임들이 전체 온라인 게임 시장 중 50%를 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피파온라인3’ ‘디아블로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새로운 재미를 주는 미국산 게임들이 2년 넘게 우리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2007년까지 한국 온라인 게임이 7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에서도 최근 미국, 일본, 중국 게임들이 10위권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해 우리 게임의 경쟁력은 점차 쇠퇴하고 있다.

둘째, K팝의 인기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게임은 음악 분야 수출의 10배, 영화 분야의 50배 이상의 수출액을 기록했고, 2014년도 1분기에도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매출과 수출도 게임이 견인해 전체 콘텐츠 산업의 60%를 차지했지만, 온라인 게임의 성장률 둔화로 연관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최대 소비장이었던 PC방이 1만4000개에서 1만2000개로 2000개나 축소되었으며, 이에 따라 PC제조업, PC유통사들의 매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게임 대기업은 물론, 중견 기업들도 잇따라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5-20년 이상의 게임 개발 경력자들이 구조 조정 과정에서 설자리를 잃게 되었고, 그들의 노하우는 후세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온라인 게임 개발에서 스마트폰 개발로 급전환되면서 그들의 노하우가 덜 필요하게 된 이유가 또 다른 인재 유출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셋째, 창조 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한다고 하던 현 정부에서조차 게임 중독법 제정의 주창과 함께 게임 산업 규제 강화를 통해 한국에서의 개발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게임을 4대 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자긍심을 잃게 만들었다.

급기야 한국의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를 부러워하던 해외에서는 한국 게임 개발 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해 온갖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서유럽의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장점과 최고 100만 유로의 지원금, 연구개발비의 40%, 서버 비용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을 제시하고 있고, 독일의 노드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게임을 개발할 경우 최대 10만 유로까지 지원을 약속하였고, 캐나다의 퀘백 정부는 게임 개발사의 급여로 지급되는 금액의 37.5%를 세금 환급 형식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의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모바일 게임 센터의 설립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의 기술지원, 인프라 지원, 자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한국의 게임 개발 노하우를 가진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째, 우리 게임산업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는 배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한국 게임 개발자들의 자부심을 꺾어 놓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다. 집권 여당의 대표는 게임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게임 중독법 제정을 독려하고 있으며, 규제 완화를 외치는 정부와는 달리 소수의 국회의원들은 지속적으로 게임산업 관련 규제를 입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창조산업의 핵심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려는 영국과 중국에서는 세금면제 혜택과 각종 육성 정책들이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의 게임 개발 환경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이러한 모든 환경이 우리의 창의적인 게임인재들이 해외로 탈출하려는 이유가 되고 있다. 창조산업의 핵심은 바로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환경에서 육성된 창의적인 인재로부터 나온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더라도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이 바로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최근 판교를 중심으로 게임 밸리가 형성되고 성남, 부산, 대구를 중심으로 게임 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15년간의 성장을 통해 축적된 온라인 게임 개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게임 인재들이 해외로 탈출하지 않도록 우리가 모든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들이 다시 자긍심을 갖고 인류의 재미를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맘껏 쏟아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윤형섭 상명대 대학원 교수 quesera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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