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통통’ 이 보여준 재미와 교육”
스마트 앱 특성 살려 ‘굿’… “가치 있는 작품 만들기에 힘쓸 터”

“외국에서는 알파벳을 활용한 문자 퍼즐 게임이 꽤 많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장르의 게임들이 거의 없고 반응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글이라는 문자의 조합성이 게임의 재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 출판사에서 편집을 담당했던 특이한 경력의 진봉철 별책 대표는 한글을 활용한 교육용 게임 시장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글통통’이라는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전 출판 분야에서 스마트 기기가 국내에 보편화 되면서 전자책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생각에 모바일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진 대표는 “비디오나 CD의 운명이 그러했듯 종이책의 운명도 서서히 바뀌어갈 것이고 거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처하고 싶었다”며 앱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이어 그는 “일단 앱 특성을 최대한 많이 활용할 수 있고 콘텐츠와의 결합도 용이한 교육용 앱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별책이라는 회사를 만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진 대표는 별책의 첫 작품으로 맞춤법 퀴즈 앱인 ‘한글 달인’과 우리말 표준 발음 퀴즈 앱 ‘바른 발음’을 출시했다. 반응은 외국어 교육용 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꼭 필요한 앱이라고 생각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아 좀 더 색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퀴즈를 좀 더 확장해 본격적으로 게임성이 강한 교육용 앱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게임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교육을 활용한 게임을 통해 국내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교육적 효과가 강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 속에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한글통통’이다.

이 작품은 기존 퍼즐장르에서 많이 택하고 있는 한붓그리기 방식을 따르고 있다. 여기에 가로 세로 4칸으로 이뤄진 퍼즐 속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들어가 있다. 이용자는 배치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보고 다양한 단어를 예상해 1분 안에 많은 단어를 이어내면 된다.

기존의 퍼즐 장르는 색과 모양을 구분해 맞추는 데에 그쳤다면 이 작품은 한글이라는 우리 고유의 문자를 활용했다. 한글은 24개의 자모로 세상의 거의 모든 소리를 담아 낼 수 있는 과학적 문자인 만큼 게임에서도 다양한 단어들을 표현 할 수 있다. 또 이 작품에는 우리말 단어 40만 개가 포함돼 있는 만큼 교육적 효과도 뛰어나다.

진 대표는 “‘한글통통’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유용하며 시간이 지나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며 “출시 된지 세 달이 아직 안됐는데 1만 6000여 단어를 찾아낸 사용자가 있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이점이 교육적인 부분에 있어서 ‘한글통통’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국어사전에 등재된 50만개가 넘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단어를 추적해가며 뜻을 알아가는 재미와 교육성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적인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라는 지적을 많은 이용자들에게 받았다고 한다. 교육적인 부분이 강한 만큼 게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교육과 게임의 결합이 쉽지 않고 어쩌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한글통통’에서 교육의 성격을 많이 줄이고 게임성에 더 집중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표로서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교육은 솔직히 재미없는 분야이고 게임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살아남는다. 교육이 강조되면 재미가 없고, 재미가 부각되면 교육 효과는 줄기 마련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게임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만들기 쉬운 것도 아니다. 그는 ‘한글통통’을 만들어 나가면서 이러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며 웃었다.

교육용게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그는 고전 게임들을 비유해 말했다. 진 대표는 “고전 게임이었던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등을 교육용 게임이라고 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 게임들이 바탕으로 하고 있는 역사라는 콘텐츠에 친숙하게 만들어 준다”며 “개인적으로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을 때 거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이나 지명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오롯이 게임 삼국지 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이라는 딱딱하고 진지한 성격이 게임 안에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그 겉에는 도도히 흐르게 하는 기획 능력이 교육용게임에서 필요하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그는 별책이 가치 있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변해가는 플랫폼의 특성에 맞도록 사용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별책은 인력이나 자본이 적어 많은 앱을 개발할 수 없지만, 하나의 앱이라도 가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저는 좋은 콘텐츠는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의 나아갈 방향은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이를 잘 구현하는 일인데 그 과정이 힘들어 중간에 돌아서거나 옆길로 빠지고 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언젠간 인정받는 별책이 되리라 봅니다.”

[더게임스 박상진 기자 kenny@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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