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축적된 역량 발휘할 것”
‘빨간마후라’ 등 신작 반응 합격점… 중국 등 해외시장개척에 박차


“국내 캐주얼 시장이 이렇게까지 견고해졌을 줄은 몰랐습니다. 작품 완성도에 자신 있었고 개발 잘 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에서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조인숙 엔펀 대표는 최근 선보인 작품을 두고 이와 같은 심정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조 대표는 캐주얼 장르 신작을 비롯해 RPG, 육성 등 미드코어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빨간마후라’ ‘캔디코스터’ 등 캐주얼 장르 모바일게임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낸 엔펀이 올해는 그간 비축한 역량을 십분 발휘한다.

엔펀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 성과를 위해 차근차근 탑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우리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만큼 재미를 놓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누구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연결된다”는 지론을 풀었다.

국내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편이다. 일단 한번 자리 잡은 유저들을 끌어오기란 쉽지 않다. 이는 온라인게임 시장부터 검증된 사항으로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 대입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조 대표는 해외 진출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전문 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실을 둔 것도 그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 보다 신속하게 적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선보인 작품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실제로 중국은 물론 아랍까지 다수의 해외 업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세웠다.

미드코어 수요가 늘어가는 해외 시장에서 캐주얼 장르를 선택했다는 점이 엔펀의 개발력과 가능성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 20여개 업체와 수출 타진
이와 같은 조 대표의 계획과 노력은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중이다. 제일 가까운 중국 시장부터 긍정적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곧 서비스 준비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밖에 해외 업체와 주고받은 비밀유지계약서(NDA) 숫자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이렇게 해외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있는 그가 가장 무게를 두는 쪽은 역시 중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현지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조대표의 시각이다. 특히 과금 정책에서 준비가 미흡해 수익이 마땅치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파트너와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도 작은 개발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조 대표는 이같은 문제로 인해 해외 퍼블리셔와 계약을 체결되는 기회를 갖는다 해도 현지에서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버텨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텐센트와 같은 해외 업체들은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갑을관계가 더욱 대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1년 이상 매출이 발생되지 않는 가운데, 계약금과 같은 지원도 없이 회사를 유지해야 되는 열악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대표는 이런 장벽을 모두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엔펀은 현재 70여명이 넘는 인력이 모인 전문 개발 업체다. 비개발 인력은 5명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순수 개발사를 지향하고 있다. 조 대표는 서비스 인력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이는 퍼블리셔와 같이 풀어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경력자 중심으로 회사를 창업한 만큼 환갑까지 일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그러나 그만큼 운영에 대한 부담감도 큰 편”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특히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유기적인 모습의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스튜디오 보다는 프로젝트 체제에 가까운 상태라는 것이다. 여기에 각 프로젝트마다 핵심 개발진이 주축을 두고 있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인력지원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은 비교적 클래식하고 엄격하다. 이는 기획 단계부터 평가위원회 검증을 거쳐 통과됐을 때,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개발팀이 꾸려지는 방식이다. 영화를 비롯한 작품 제작 과정에서 강조되는 프리 프로덕션과 똑같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 직원 90% 이상이 개발자
이미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온라인게임 시장 성장을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타트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엔펀을 이끌고 있다.

대표의 입장에서 그는 “우리는 이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개발사다. 이런 경우 대표가 회사와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물론 대표의 결정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주변의 의견을 들어야하지만 결국 마지막은 대표가 결정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94년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97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로 IT 업계에 발을 담게 됐다. 이때 그는 처음으로 게임산업을 알게 됐으며, 패키지 게임 시장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게임 시장이 열리면서 조 대표와 게임산업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지난 2001년 PC 온라인게임 회사를 창업해서 10년 정도 경영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미니게임이 포함된 ‘하이퍼릴레이’를 비롯해 ‘탑블레이드V온라인’ 등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아주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달려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자평했다.

이런 가운데 3D RPG를 개발 중 회사를 정리하고 직원들과 함께 오렌지크루(현재 NHN스타피쉬) 설립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이는 국내 오픈마켓이 열리기 전 게임을 비롯한 애플리케이션을 20개 정도 등록했던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조 대표는 개발과 사업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2년여를 지내던 중, 좋은 기회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은 플랫폼과 함께 급격한 성장을 거뒀으나, 오히려 개발사의 고민은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문제로 제기된 복잡한 수익분배에 따른 이익 감소 역시 그 중 하나다.

엔펀의 경우 이런 고민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70명을 훌쩍 넘긴 개발인력을 보유한 만큼 매달 지출되는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되는 작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매출 12억원 정도를 달성해야 여유롭게 운영이 가능하다. 이에 마켓 수수료를 제외한 4억원 가량 수익이 희망수치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조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와 같이 다수의 개발진을 기반으로 라인업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으며, 올해는 그 성과를 거둬야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시장은 녹록치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정말 빠른 속도로 성숙해졌고, 비슷한 장르의 작품도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물론 어느 정도는 유사한 장르로 시장성을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흐름은 쉽게 끝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최근 모바일게임은 예전에 비해 콘텐츠 분량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RPG 장르로 기울면서 라이프 사이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서 대다수 작품이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애플 앱스토어 전체 매출 평균이 0원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이와 같은 현실에 각오를 새롭게 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3할대 타율 노리다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은 작은 개발사가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게 조 대표의 판단이다. 또 그는 대형 퍼블리셔가 주도권을 잡으려 경쟁을 펼치면서 시장이 마케팅에 길들여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유저를 돈으로 사오고 있는 상황이 자연스러워졌다”며 “유저 한 명을 끌어오려면 CPI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이 2000원 정도가 책정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사온 유저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조 대표는 작품을 내놓을 때 언제나 승산이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이제 곧 선보일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그는 대표로서 합리적인 판단으로 중심을 잡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앞서 두 작품을 통해 시장을 파악한 결과,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대치도 많이 달라졌다”며 “현재로서는 올해 3할의 타율을 노리며 정면 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nennenew@thegames.co.kr]
[사진 = 김은진 기자 dreams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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