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터부’ 피하지 말고 드러내야”
토론 통해 속시원히 털어놔야 ‘소통’… ‘게임=문화’란 인식 절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게임 콘텐츠가 아닌 게임산업이 이야기 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게임업계를 압박하는 쪽은 청소년 수면문제, 학업 등을 항상 문제시 하고 있는데요. 게임업계가 터부시 했던 문제들과 지금까지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터트리는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김정태 교수는 국내에서 이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동양대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 등과 매주 게임이 예술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대학교에서 ‘게임스터디’를 가르치는 김 교수는 게임문제를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게임업계가 말하지 않던 문제들이 곪아 셧다운제, 게임중독법, 인터넷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이 만들어질 단초를 제공했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의도로 25일 김 교수는 두 번째로 ‘게임 등 미디어콘텐츠 대토론회’를 갖는다. 주제는 ‘게임 중독인가, 예술인가?’이다.

그는 게임업계가 눈치를 보느라 말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관계자의 입이 아닌 방청객에게서라도 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 지듯 게임업계가 그동안 비를 피하느라 연해진 기반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방청객이라도 좋으니 ‘터부’시 됐던 문제들을 꺼내 함께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성숙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분야는 없습니다. 게임업계에서도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문제를 양지에서 터놓고 말함으로써 더 건강한 산업으로 발전했으면 합니다.”

김 교수가 주최하는 2차 토론회는 김광진 의원실이 주최해 정치색을 띄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손을 저으며 강력히 부정했다. 예술로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라 자칫 이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번져 사태가 더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번 김광진 의원의 주최 결정도 의원실의 강력한 ‘러브콜’이 있어 받아들였을 뿐, 정당이나 정치이념과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게임업계와 관계자가 ‘게임=문화’라는 공식을 설명할 때 해외 사례를 인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스템의 부재로 설명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지난 6년간 미국 각지를 돌며 학문으로서의 게임을 연구해 왔다.

그는 “외국에도 게임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됐다기보다 체계(시스템)가 잡혔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다”며 “외국 대학에서는 게임개발자를 지망하는 학생에게 인문학을 먼저 배우도록 교육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게임을 개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연극과 드라마, 철학,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법 등을 2년간 배운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연구사례들이 게임업계가 인용하는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예술을 과소비하는데 있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나 있는 이야기입니다. 잘 만든 작품과 희소성, 소비자 혹은 관객 입장에서 수집하고 싶어지는 것이 있어야 예술이라 평가할 수 있지요.”

그는 예술로서의 게임을 설명하기 전에 위와 같이 정의했다. 가장 대표적인 대중예술인 음악의 경우 중세시대 소비하는 상품에서 현재 예술로 승화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토론회의 발제를 뉴미디어아트스트가 담당하는 것도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동영상은 미적인 통찰력과 과거 콘텐츠 발전상을 토대로 이미 예술로 평가받는 시대가 왔다”며 “게임이 차세대 예술 콘텐츠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서삼광 기자 seosk@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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