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운영능력 최고…장기집권 가능성

 ‘LOL’ 정상 넘보지만 2% 부족…‘내우외환’ ‘디아3’ 부진도 한 몫


고가의 유료화 이후에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이 전작인 ‘아이온’과 같이 장기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은 지난 2008년 말 ‘아이온’을 론칭한 이후 160주간 PC방순위 1위를 지키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에따라 ‘블소’ 역시 ‘아이온’의 뒤를 이어 장기집권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블소’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아시아대표 오진호)의 ‘리그오브레전드(LOL)’다. 이 작품은 지난해 말 등장한 이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나오기 전까지 5개월 동안 1위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비록 ‘디아3’와 ‘블소’가 잇따라 등장하며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부분유료화 게임에다 e스포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어 역전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반면 뜨겁던 열기가 식어버린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대표 백영재)의 ‘디아블로3’는 또다시 1위로 치고 올라가기에는 여러 가지 악재들로 힘겨워 보인다. 순위 상승 보다는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세 작품은 각각 장르와 타깃층이 다르다. 또 유료화 모델도 판이하다. ‘LOL’은 청소년층, ‘블레이드&소울’과 ‘디아블로3’는 성인층에 맞춰 있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 특유의 작품성과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으로 장기집권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콘텐츠 소모량이 매우 빠르고 2만3000원이라는 높은 요금제는 언제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LOL’의 부분 유료화와 e스포츠 대회,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디아블로3’의 저렴한 판매가와 탄탄한 마니아층으로 승부를 건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블소’가 상당기간 1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 작품이 기존 MMORPG의 한계를 뛰어 넘는 등 뛰어난 작품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화려한 액션, 유명 성우의 더빙으로 MMORPG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것. 수준 높은 동영상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블소’의 최근 분위기는 매우 좋다. 2만3000원이라는 다소 높은 비용에도 유료화 이틀 만에 1위를 차지했으며 흐름도 괜찮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깐깐한 잣대를 가지고 있는 국내 유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각종 SNS를 살펴봐도 ‘블소’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고의 경공과 간단한 게임 시스템으로 MMORPG를 좋아하지 않는 논게이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 더할 수 없이 ‘좋다’

  특히 예약자 가입과 동시접속자 수, 매출 등 모든 면에서 전작인 ‘아이온’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장기 흥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십수년간 MMORPG만 개발하고 서비스한 엔씨소프트의 게임 운영능력이라면 충분히 1위를 유지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회사는 최근 새로운 콘텐츠인 ‘수월평원’을 업데이트 했다. 새로운 콘텐츠에 목말라하고 있는 유저들을 위한 것이다.
수월평원이 업데이트되면 최종 레벨이 45레벨로 확장되며 콘텐츠도 대폭 추가됐으며 강화된 보상과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는 스토리가 더해졌다.

그러나 ‘블소’가 장기적으로 1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먼저 이 작품의 게임 사양성이 꽤 높은 것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엔씨는 4년 전 PC 사양으로 게임을 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PC방 업주들은 작년 하반기 이후 출시된 PC여야 원활하게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그레이드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모든 PC에 ‘블소’를 설치하기 꺼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업데이트된 ‘수월평원’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전에 치러진 테스트를 통해 초반 콘텐츠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많아 콘텐츠 소모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월평원도 3차 테스트에서 이미 공개된 바 있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차 비공개 테스트에서 45레벨이었던 최고 레벨이 36레벨로 줄어든 것도 콘텐츠 부족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기에 2만3000원이라는 고가 요금제는 언제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금는 출시 초반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느라 이용 요금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추가된 콘텐츠가 유저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게임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의 ‘LOL’은 현재 2위에 머물러 있지만 호시탐탐 1위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LOL’이 충분히 1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OL’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하는데 별 다른 무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아마추어 대회 및 방송 경기 등 e스포츠 만들기로 유저 저변 확대에 나선 것도 흥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라이엇게임즈는 고수들을 대상으로 ‘온게임넷 LOL 챔피언스’를 개최하며 유저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실력이 조금 부족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PC방 대회를 열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산이다. 기존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걸었던 길과 비슷한 행보다.

아마추어 PC방 대회가 흥행한다면 그 어떤 마케팅보다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단체로 진행되는 ‘LOL’ 경기의 특성상, 팀의 구성을 맞추기 위해 논게이머들을 끌어들일 가승성이 높고 ‘어느 PC방에서 누가 우승했더라’ 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라이엇의 이같은 계산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회 시작 후 6월 말까지 한 달 간 서울, 인천, 광주 등을 포함해 전국 8개 지역 41개 PC방에서 경기가 펼쳐졌으며(강원은 격주, 제주는 월1회, 나머지 지역은 매주진행) 여기에는 총 313개 팀, 1565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회 참가자 선발에도 총 665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4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선발된 지원자들의 실제 대회 참여 비율도 95% 이상이었다.

# 청소년층 열렬한 지지 큰 힘

  반면 ‘LOL’이 더 이상의 치고 올라가기에는 2%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먼저 이용률에 비해 낮은 수익성이 게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LOL’은 오진호 대표가 “우리는 수익에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처럼 여타 게임과 다르게 돈을 쓰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향후 콘텐츠 업데이트나 게임 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점점 코어한 게임으로 변하고 있어 신규 유저의 증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3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계속해서 신규 유저가 들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최근 비속어가 난무하는 ‘LOL’의 채팅 문화에 지친 유저들이 하나둘 게임을 이탈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단체 게임으로 진행되는 ‘LOL’은 한 두명의 유저가 실력이 떨어질 경우, 다른 유저들에게 집중적으로 비난을 당하고 비난을 당하는 유저 역시 욕설을 가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다.

# 서비스 안정화 급선무

‘디아블로3’(이하 디아3)는 현재 상황만 놓고 보자면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 앞서 말했듯 각종 이슈로 유저들은 게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다. 비난을 넘어선 악플을 남기는 유저들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아3’가 3위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순위 하락을 점치는 관계자들은 서버 접속 장애문제가 지속되면서 게임에 대한 사용자들의 피로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사용자 게시판을 중심으로 게임 내 아이템 불법 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아이템 시세가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물론 디아블로 시리즈는 수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은 괜찮지 않겠느냐고 보는 관계자도 여럿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게임 유저 중 상당수는 ‘블리자드’라는 이름만 들어도 무조건 구매한다는 소위 ‘블빠’들이 적지 않다. ‘워크래프트3’부터 시작해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등 오랜 기간 동안 장인 정신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블리자드 특유의 게임성을 예찬하는 것.

이에 블리자드가 게임 운영을 조금 서툴게 한다 해도 쉽게 그 게임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마니아층이 많은 ‘디아3’인 만큼 인기가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PC 패키지 게임이라는 장점도 있다. 5만 5000원만 주고 게임을 구매하면 별다른 이용료 없이 계속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액제 요금을 채택한 ‘블소’에 비하면 요금제는 ‘디아3’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한편 하반기에는 위 세 게임이 PC방 1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엑스엘게임즈, 엠게임, 빅스푼 등이 ‘천룡기’ ‘아키에이지’ ‘열혈강호2’ ‘레드블러드’ 등 대작들을 내놓으며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등 흥미진진한 경쟁이 예상된다.

[더게임스 최승호 기자 midas@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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