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코리아는 지난주 대한항공의 격납고를 빌려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블리자드가 주요 매체에 사전공지 메일까지 보내면서 ‘1면을 비워야 할 정도로 쇼킹한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던 그 행사다.

 

그 자리에서 블리자드는 그동안 숱한 소문과 추측이 난무했던 ‘스타크래프트2’의 가격 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팩트를 나열해보면 ▲ 패키지 판매는 안한다 ▲ 이용시기에 따라 다양한 정액제 요금을 부과한다 ▲ 와우 이용자는 스타크2를 무료로 사용하게 한다 ▲ 7월24일 이후 일정한 기간동안 오픈베타(사실상 무료 이용) 서비스를 한다 등이다. 또 이같은 판매 방식과 가격 정책은 한국에서만 적용한다고 부연해 설명했다.

 

그동안 패키지 판매 이후 배틀넷 유료화, 부분 유료화 등을 할 것이란 추측을 완전히 뒤짚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공약대로 ‘1면 톱’ 거리는 아니었지만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정한다. 이같은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유례가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전면 무료 서비스 이후에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부분 유료화라는 모델을 제외한 다양한 가격 정책을 혼합했다. 여기에 와우를 끼워 넣었고 일반 사용자들을 무료 서비스로 유인한다. 하지만 PC방으로부터 와우와 같은 수준의 사용료를 받는다. 어느 것 하나 섣부르게 분석과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다.

 

조금 떨어져 숲을 봤다. 스타크2의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과 서로 다른 계산법을 들이댈수 있지만 한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 정책과 전략이 한국 시장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인 블리자드가 한국의 어느 기업 못지 않은, 아니 어찌보면 더 훌륭한 한국적 마케팅 전략을 내놓았다.

 

아마도 그 핵심에는 한정원 블리자드코리아 지사장이 있었을 것이다. 한 사장을 중심으로 블리자드코리아가 미국 본사와 협력을 통해 철저히 한국화된 스타크2의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쯤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한국 게임 산업계는 게임 과몰입 이슈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산업계가 100억원 정도를 출연해 과몰입 해소 등을 위한 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국내 주요 업체들이 분담키로 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구체적인 액수 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블리자드코리아에게도 일정 수준의 출연금을 요청했다. 이글을 쓰는 시점까지 블리자드코리아는 출연금을 부담하겠다는 답변을 주지 않았다. 대신에 ‘본사와 협의 후 결정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블리자드의 돈을 받지 말라’는 것이 본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냥 보면 그럴수도 있지 하겠지만 블리자드의 로컬(한국지사)과 본사와의 관계라는 잣대로 보면 할 말이 많다. 둘러대지 않고 직접 화법으로 이야기하면 한국에 대한 블리자드의 태도가 아전인수 수준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이익이 되고 보탬이 될 때는 한국의 산업과 시장 논리를 제대로 따라가고 불리할 때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본사 핑계를 댄다. 이전에 스타크래프트2의 등급 심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알아봤지만 블리자드는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집하는 기업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 기업도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 기업, 미국 기업을 가릴만큼 편협하지 않지만 블리자드가  자꾸만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다. 또한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것처럼 ‘대한항공의 비행기에 스타크래프트 2의 캐릭터가 입혀져야 할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지금은 國籍機가 아니지만 ‘Korea Air Line’에 스타크2의 캐릭터가 타고 앉아 있는 것이 영 속이 편하지 않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아마도 이 속담은 적어도 대한항공에는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쓰지 말라’로 번역해주고 싶다.

 

 

[더게임스 이창희 편집부국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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