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게임대상을 놓고 말들이 참 많네요. “C9이 다관왕을 할만큼 뛰어난 작품이냐” “모바일시장에서 돌풍을 몰고온 프로야구2010은 왜 본선에도 나가지 못했느냐”는 등 다양한 뒷담화들이 오가고 있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런 뒷말이야 시간이 약이겠지만, 아마도 필자를 비롯해 결코 적지않은 게임인들의 뇌리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은 게임대상의 전통이 깨졌다는 아쉬움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이 전년도 대상 수상자가 대상을 시상하는 전통입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많은 상들이 이같은 전통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게임대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이번 게임대상엔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어요. 대신 문화부의 유병한 실장이 시상을 했습니다. 주무부처의 1급이나 되는 고위직 공무원이 시상하는 것도 나름 큰 의미가 있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물론 김택진 사장이 부득이하게 불참할 수는 있다고 봐요. 하지만, 어렵게 만든 전통이 깨진것 같아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서 유쾌하질 않네요. 불현듯 2004년 대상 시상식 장면이 뇌리를 스치네요. 당시 2003년 대상 수상자인 김택진 사장이 시상자로 나섰는데, 수상자가 다름아닌 판타그램의 이상윤사장이었기 때문이죠. 엔씨와 판타그램이 당시에 무척 껄끄러운 관계였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예요.

 

공교롭게도 이로부터 5년이 흘러 이번 대상 시상식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어요. 원래대로라면 전년도 수상자인 김 사장이 시상자로 나서고 NHN게임스 김병관사장이 상을 받아야하는데, 문제는 엔씨와 NHN의 관계가 ‘테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뭐 그랬을리야 없겠지만, 김택진 사장이 범NHN계인 김병관 사장에게 상을 주는 자체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지는 않았을까하는 추측은 가능해요. 이유야 무엇이든 시상식의 전통이 깨진 것은 쉽게 보상받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전통은 권위와 일맥 상통하며, 한번 깨진 전통을 되살리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게임스 이중배기자 jb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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