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게임을 가리기 위한 ‘대한민국게임대상’ 심사가 한창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총 44개 작품이 출사표를 던졌고, 예선 격인 1차 심사 결과 16개 작품이 본 심사에 올랐다. 심사 규정에 따라 네티즌 및 전문가 투표, 2차 심사 등을 거쳐 최종 수상작이 가려지게 된다.

 

이제까지의 관행과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통령상을 비롯한 수상작들은 행사 바로 전날 결정된다. 필자는 과거 주최 측의 호스트로서 2차 심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행사 바로 전날 주최 및 주관사 관계자와  2차 심사 위원 등 10여명과 함께 호텔에서 밤샘 심사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 시상식이 23일로 예정돼 있으니 아마도 22일 오후부터 행사 주최측과 2차 심사 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해 최고의 게임을 뽑기 위해 머리를 맞대게 된다.

 

심사 규정에 따르면 우선 본선 진출작 16개 작품에 대한 각계 각층의 투표 결과가 집계된다. 네티즌 투표 20%를 비롯해 전문가와 게임업체 관계자 투표 결과가 각각 10% 씩 반영된다. 여기에다 2차 심사위원의 심사 결과가 60% 비율로 합산돼 최종 본상 수상작이 결정된다.

 

필자의 경험상 네티즌 등의 사전 투표 결과가 40% 정도 반영되지만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한다. 최종 심사 당일 2차 심사 위원들이 부여하는 점수 비율이 60%로 워낙 큰데다 개별 작품에 대해 부여하는 점수 폭이 적지않기  때문에 결국은 최종 심사 결과가 당락을 좌우하게 된다.

 

올해 심사는 누가 맡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밤샘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1차 심사를 통과한 본선 진출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해 대한민국게임대상 심사는 어느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온’과 같은 뚜렷한 흥행작이 없는 가운데 고만고만한 후보작을 놓고 지리한 설전이 오갈 것이 분명하다.

 

난형난제(難兄難弟)이지만 NHN의 ‘C9’,  한빛소프트의 ‘에이카’, 넥슨의 ‘허스키익스프레스’, KTH의 ‘카로스온라인’ 등이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자천타천 대상 후보로 꼽힌다.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2’와 라센의 ‘발칸엠’ 등도 각각 콘솔과 아케이드 분야의 세를 얻어 대상을 넘보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게임빌의 ‘절묘한 타이밍2’와 넥슨모바일의 ‘메이플스토리 해적편’ 등이 눈에 띄지만 대상 수상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 최고의 게임인 대상은 ‘C9’  ‘에이카’ ‘허스키 익스프레스’ ‘카로스온라인’ 등 4개 온라인 게임과 콘솔작 ‘마그나카르타2’ 등 5개 작품 대결로 압축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한밤중에 심사위원들과 주최측이 모여사실상 재 심사를 하는 소동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상 수상작은 ‘C9’이 차지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높인다. 심사위원과 주최측이 나름 고민을 하고, 조정을 시도하겠지만 결국은 심사 기준대로 하면 ‘C9’이 올해 최고 게임의 영예를 차지 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2차 심사의 항목과 배점을 보면 작품의 완성도가 무려 60%를 차지한다.나머지 작품 외적인 것을 평가하는 항목(심사 기준에 따르면 작품성 항목)이 있지만 그나마도 운영기술, 예술성, 게임의 사회 교육적 건전성 등을 평가하도록 돼 있다.  결국 퀄러티 높은 대작이 대상을 받게 돼 있는 구조다.

 

비록 블럭버스터 대작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나 국내외 흥행 여부를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의 비중은 아주 적다.  굳이 이번 후보작에 그런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저렴한 예산으로 만들어 국내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해외에서 대박을 이뤄내도 심사 규정대로만 하게 되면 대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물론 온라인 종주국 대한민국의 한해 최고 게임을 뽑는 것이니 작품성은 기본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여기서 더해 새로운 시도나 기술 그리고 산업적인 지표 등도 상당한 비중으로 점수표에 반영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몇년전 게임대상 심사를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그 같은 아쉬움이 잔영으로 남아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대작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현 시점에서 주최측이 심각하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에이카’나 ‘카로스’ 아니면 ‘마카2’에 표를 던지겠다.

 

 

[더게임스 이창희 산업부장 changhlee@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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