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업, 칼럼 세마리 토끼 잡겠다"
 
‘게임업계 이단아’ 이수영 사장(38). 그녀가 돌아왔다.
여성포털 ‘마이클럽닷컴’을 떠난 지 꼭 6개월만이다. 따지고 보면 그녀의 컴백은 화려하지 않다. 다시 배고픈 벤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은 연일 그녀의 컴백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웹젠 신화’로 대변되는 뉴스 가치도 가치지만 그녀하면 떠오르는 도전과 실험정신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새로 풀어놓은 보따리도 그랬다.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만들겠다는 것. 마침 발표한 장애인 미국 검사 정범진씨(36)와 결혼 소식도 충격파를 던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빅 뉴스. 그녀는 3월9일 창간되는 ‘더게임스’의 칼럼리스트로 깜짝 변신한다. 발레니나에서 CEO로, 또 다시 칼럼리스트로 변신하는 그녀에게 있어 2004년은 그야말로 도전의 해다.
 
#변하지 않은 것들
 
그녀와의 만남은 1년8개월만이다. 그녀도 그랬지만 기자도 게임판을 잠시 떠나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한국대표팀이 포르투갈을 이기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던 그날 밤, 우리는 게임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축구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녀는 아직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않고 있었다. 웹젠이 코스닥에 등록되면서 ‘벤처갑부’가 된 그녀에겐 이상한 전화가 밀물처럼 밀려왔을 텐데 말이다.
"정말 이상한 전화가 많이 걸려 왔어요. 사기성 짙은 제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구걸하는 사람, 협박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죠.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엔 걸려오는 전화도 별로 없어요." 특유의 당당함과 고집은 여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해 끝까지 비밀에 부쳤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어요. 아이디어 자체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서 그래요. 다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사이트가 될 거에요. 게임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게임은 일부분이 될 거예요. 게임과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가득한 사이트를 만들겁니다."
역삼동에 새로 마련한 ‘이젠’ 사무실은 깨끗했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곳곳에 새로운 각오가 물씬 베어났다.
"웹젠을 처음 만들 때도 비슷했어요. 크기는 지금보다 작았지만 그 때도 깔끔한 사무실에서 출발했어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새 꿈이 시작되는 곳이니 만큼 뭔가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새 일터에 대해서도 ‘이수영 스타일’을 고집했다.
 
#칼럼리스트가 되다
 
이수영 사장의 삶은 변신의 연속이었다. 발레리나, 방송 리포터, 웹젠 창업주, 마이클럽닷컴 사장,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포털업체 이젠(E Zen) 창업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실험이 이어졌다.
그래서 일까. 그녀는 ‘더게임스’ 칼럼리스트가 되어달라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게임이 청소년 비행을 연상시키는 음지문화로 대접받는 시대도 이제 끝났다고 봐요. 적어도 영화산업 정도의 대우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문제는 게임으로 파생되는 문화의 격을 올리는 것이죠. ‘더게임스’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래요."
그녀는 웹젠 창업 스토리에서부터 게임업계 안팎에 머물며 느꼈던 여러가지 단상을 ‘이수영 칼럼’을 통해 소개할 작정이다. 때로는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뜨거운 논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한 그녀로선 24시간이 모자란다. 하지만 매주 빠짐없이 칼럼을 연재하겠다며 칼럼리스트라는 새로운 도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녀는 연신 즐거웠다. 마치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물리치던 그 날의 들뜬 표정이 이내 얼굴 가득히 번졌다. 특히 태평양을 넘나들며 나눈 정검사와의 러브스토리가 나올 때는 더욱 그랬다.
"정 검사랑은 매일 30분씩 통화해요. 원래 2월에 미국으로 가기로 했는데 일 때문에 2박3일 정도밖에 시간이 없더라구요. 정 검사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아예 3월에 열흘간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어요."
잘 알려 진대로 정 검사는 하반신 마비의 불편한 몸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보기 위해 12시간 이상을 날아오겠다는 이야기가 애틋하게 전해졌다.
하필이면 새로 설립한 회사 이름이 웹젠과 비슷한 ‘이젠(E Zen)’인가도 궁금했다.
"하루는 친구가 학 꿈을 꿨는데 자기가 학 꿈을 꾼 것인지, 학이 자기 꿈을 꾼 것인지 헷갈린다고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같은 얘기를 하더군요. 그 때 어쩌면 동양철학에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미 예견돼 있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사이버 세상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현실의 자아가 진짜 자아인지, 사이버 세상의 자아가 진짜 자아가 헷갈릴 수 있다는 그런 생각 말이에요."
우리말로 ‘선(善)’이라는 뜻의 ‘젠(Zen)’을 유독 고집하는 이유를 알 듯했다. 그녀는 온라인 게임이든 엔터테인먼트 포털이든 결국 현실과 가장 비슷할 때 생명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은 유쾌했다. 새 사업, 결혼, 그리고 칼럼리스트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더게임스 칼럼이 최고 우선 순위죠. 그리고 사업. 아마 새로 추진중인 엔터테인먼트 포털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으면 결혼도 무기한 연기할 작정이에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녀는 연신 웃어댔다.
 
장지영 기자(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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