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본을 다시 보자
 
‘극일(克日)’.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일본 얘기를 할 때 양념처럼 따라붙던 용어다. 일본을 극복하자, 즉 ‘일본을 한번 이겨보자’는 간절한 심정에서 나온 말이다. ‘극일’은 그토록 우리 산업계의 목표점이자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적어도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만큼은 극일이란 단어는 애초부터 사용되지 않았다. IMF 경제위기 후 국민의 정부 시절 초고속 통신망 등 인터넷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모든 경제의 리소스가 집중된 결과다.

아직도 많은 업종에서 일본은 우리가 넘기 어려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지만, 21세기 신경제를 대표하는 인터넷 분야에서 만큼 ‘더이상 일본은 없다’고 자부할 만하다.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게임 역시 마찬가지. 콘솔이나 아케이드게임 시장에선 일본의 적수가 못되지만, 강력한 인터넷 인프라에 힘입은 온라인게임 분야에선 일본을 압도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오히려 일본이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와 온라인게임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한국을 따라잡자는 ‘극한(克韓)’에 열을 올릴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상황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만은 않다. 일본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몰라보게 달라져 우리가 더이상 ‘인프라 프리미엄’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콘솔에 주력하던 일본 게임업체들이 점차 온라인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코에이, 세가, 반다이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게임 명가들이 온라인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올해부터 하나둘씩 한반도에 상륙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비록 세계 최강의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게임산업의 양대축이다. 게임산업의 역사라해야 길게 봐서 15년, 온라인 게임도 이제 열살에 불과한 한국으로선 일본의 강력한 콘텐츠DB와 강력한 개발 네트워크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다양한 서비스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안주할 상황은 아니란 의미이다. 일각에선 자칫하다간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 마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게임판에도 ‘극일’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일본을 예의 주시해야할 것 같다.
 
이중배기자(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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